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혼 등 여러 이유로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을 때, 흔히 함께 살고 있지 않는 부모의 존재를 아이에게 숨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언제나 정직하고 솔직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해주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연령 수준에 맞게 진솔하게 대화하라는 것이다.
존재를 감추려고 하면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생긴다. 과장된 다른 이유를 붙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오해를 한다. 함께 사는 부모의 거짓말에 배신감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부모를 무조건 피해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움을 숨기다가 문제행동을 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모가 그리운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 그리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존재를 부인하고 감추려고만 들면, 아이는 그리움을 자신의 환상 속에서 해결하려 들다가 건강하지 못한 대상관계를 갖게 되기도 한다. 환상 속에서 아버지를 너무 그리워하다가 20년 연상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우리는 왜 같이 살지 않아?”라고 물을 수도 있다. “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나중에 네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얘기해주마.” 이 정도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오해할까 봐, 보고 싶어서 간다고 할까 봐, 계속 찾을까 봐 두려워서 살짝 사실과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혼의 이유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면 얘기를 해준다. 그러지 않으면 그 미스터리 속에서 아이가 불안하다. 머릿속의 환상은 점점 왜곡된 형태로 자라게 된다. 함께 사는 부모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직하게 얘기해 줄 필요가 있다.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을 했을 때 아이에게 “아빠가 엄마를 너무 때려서”라고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엄마 아빠가 노력은 했고, 아빠의 이런 점을 고쳐 보려고도 했어.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쳐지지 않았을 때 계속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이유가 있었어. 그러나 너를 낳을 때 우리 둘이 사랑했고 아빠도 너를 사랑해”라고 해주는 것이 낫다.
배우자가 외도를 해서 이혼을 했을 경우 본인은 징글징글하겠지만, 아이는 그와 또 다른 관계이다. 아이가 그 부모를 보기를 원하면 가끔 연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부모들도 면접교섭을 하라고 하면, 그날은 잘한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분은 아이가 이혼한 엄마만 만나고 오면 며칠 너무 힘들어한다며 차라리 못 만나게 해야겠다고 한다. 그럴 때는 더 자주 만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오히려 나아진다.
아이는 보고 싶어 하지만 부모가 서로 보지 않기로 했다면, “예전에는 어떤 이유로 인해서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고 연락이 닿으면 의논해 보마” 하는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다. 어떠한 결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는 태도에서 진솔한 것,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