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혹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이런 생각의 심리에는 과거로 돌아가면 인생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덧없다. 후배에게 “내가 네 나이라면…” 하고 훈계하는 것도 ‘꼰대 짓’일 뿐이다.
차라리 이런 상상을 해보자. “지금이 2027년이라면 나는 2017년의 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할까?”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을 보게 되면 나에게 건강하게 몸을 움직이거나, 글을 쓰거나, 멀리 여행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가족이나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거꾸로 확인하게 된다. 미래의 기억은 시간에 대한 시각을 축소시킨다. 미래가 막연하게 무한한 것이 아니라 매우 제한된 시간이며, 지금부터 무엇인가 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똑같은 후회나 미련을 갖게 될 것임을 깨닫게 만든다.
내가 처음 미래의 역사를 써본 것은 10년 전인 2007년이다. 경영사상가였던 고 구본형 씨와 2박 3일을 보내면서 2017년의 미래 시점에서 지난 10년(2007∼2017년) 사이에 벌어졌던 내 삶의 10대 풍광을 만들어 보았다. 당시 나는 2017년이라는 먼 미래 시점에서 내 삶을 돌아보았다. 그 미래의 기억 속에서 나는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으며, 책을 쓴 저자가 되어 있었고, 나만의 작업실을 마련하고, 목공소도 운영하고 있기를 바랐다.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2017년에 돌아보았을 때, 그때의 풍광들은 놀랍게도 많은 부분이 이루어져 있었다. 2007년에 그려 놓은 미래의 기억의 방향으로 지난 10년간 내 삶이 많이 변해 있었다.
미래의 기억을 만들기 위한 단계가 있다.
첫째는 산수.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85세, 남성이 79세이다. 여기에서 현재의 나이를 빼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날이 얼마 남아있는지 대략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인생의 마지막 10년은 아프거나 적어도 활동적이지 못하다고 쳐야 하니 10년을 더 줄여서 생각해보자. 경제생활을 하거나 직장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기간을 따져 보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게 된다.
셋째, 2027년의 시점에 내 인생의 가장 신난 최고의 상태라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누구와 함께 지내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2027년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친구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의 최고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어떤 것이기를 바라는지 적어본다. 미래를 기억해보는 이유는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을 바라볼 때 아쉬워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지금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더 배분하기 위함이다.
죽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삶의 진리를 살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데이비드 케슬러와 공저한 명저 ‘인생수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마십시오. 지금 그들을 보러 가십시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