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신문 기사에서 뽑은 문장들의 일부다. 모두 맞춤법 오류가 포함돼 있다. ‘머지 않아’다.
수소발전소 실용화 머지 않아
머지 않아 팀의 주요 뉴스 될 것
머지 않아 만날 수 있을 것
어떻게 수정하는 것이 올바른 표기일까. 일단 이들은 ‘머지 않아’로 띄어 적을 수는 없다. 왜 그럴까? 관련된 쉬운 예문을 생각해 보자. 내가 잘 알고 있는 것 안에서 맞춤법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한 절차다. 아래 예문에서 띄어 적은 ‘않아’가 어떤 일을 하는가 보자.
음식을 먹지 않아 몸이 약해졌다.
‘않아’는 ‘먹다’를 부정하는 역할을 한다. ‘않아’는 앞선 단어를 부정한다. 그것이 우리말의 일반 원리다. 이를 ‘머지 않아’에 적용해 보자. ‘않아’가 ‘머지’를 부정하는가? 그렇지 않다. 국어에는 ‘머다’라는 말이 없다. 앞말을 부정하지 않는 ‘않아’는 앞말에서 분리할 수 없다. 분리되지 않으므로 ‘머지않아’ 자체가 하나의 단어다. 하나의 단어는 항상 붙여 적어야 한다. 그래서 ‘머지않다’는 하나의 단어이며 ‘머지않아’는 아래처럼 문장에서 나타난다.
어떤 경우도 띄어 적을 수 없다. 그러면 모든 ‘머지 않아’를 ‘머지않아’로 붙여 적으면 되는 일일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멀지 않아’도 있다. ‘머지않아’와 ‘멀지 않아’는 모두 맞춤법에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맥락에 따라서 구분해 적어야 한다. ‘멀다’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아주 쉬운 단어다.
그 건물은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아.
이 문장에서 ‘않다’는 ‘멀다’를 부정한다. ‘않다’의 일반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머지않아’와 달리 띄어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머지않다’에서 온 ‘머지않아’와 ‘멀다’와 ‘않다’에서 온 ‘멀지 않아’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관계 때문에 맞춤법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머지않다’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적으로 멀지 않다’이다. ‘머지않다’가 원래 ‘멀다’로부터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머지않다’가 된 것일까.
‘멀다’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즉, ‘공간적 거리’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머지않다’의 의미를 ‘공간적 거리’와 대조되게 짝 맞춰 보자. ‘시간적 거리’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는가?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