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일자리 늘리기’ 부진한 까닭은
정부가 당초 밝힌 것과 달리 공공기관이 채용 인원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정원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중앙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 정원을 늘리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지방 공기업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회사 안에서 퇴직자가 늘어나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돼 인력 수요가 늘어나야 채용 인원을 늘릴 수 있다.
정부는 과거 공공기관의 인력 관리를 방만경영 방지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인력 증원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공공기관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6월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7월까지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일자리 관련 지표를 강화해 일자리를 늘려가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은 현재 조건에서 최대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9월 말에 채용공고를 내는 신용보증기금은 90∼1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하반기에 80명, 한국에너지공단은 28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철도시설공단도 40명 안팎의 채용이 예정돼 있다. 8, 9월 채용 공고를 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와 비슷한 약 30명씩을 뽑을 예정이다.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에도 공공기관들은 적극적이다.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는 하반기 경력 및 신입 사원 50명을 블라인드 전형으로 뽑는다고 12일 밝혔다. 사진과 학력, 출신지 등의 사항을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직무 관련 자격과 교육, 경험 등을 고려해 필요한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금융권도 속속 채용 계획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일반 직원 약 300명과 인턴 약 100명을 뽑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200여 명을 뽑는다. KB국민은행의 채용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은행의 윤종규 회장이 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KB 굿잡 취업박람회’에서 “올해 채용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강유현·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