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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 70% 고소득층 자녀”

입력 | 2017-07-13 03:00:00

장학재단, 2014∼16년 자료 분석… 서울 8개 대학중 비율 가장 높아





지난해 서울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A 씨(20·여)는 서울 소재 외국어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제2외국어인 중국어를 배우려 월 50만 원짜리 과외를 받았다. 주말엔 국어와 수학 학원을 다녔다. 각각 월 40만 원이 들었다. 고교 학비는 월 83만 원꼴이었다. 결국 A 씨는 교육비로 월평균 213만 원을 썼다. 중견기업 대졸 초임 월급 수준이다. A 씨 아버지는 연매출 12억 원 안팎을 올리는 자영업자다.

서울대 재학생의 70%가 넘는 학생이 고소득 가정 출신으로 국내 ‘상위권 대학’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장학재단의 ‘2014∼2016년 대학별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대 ‘9∼10분위 추정 학생 비율’은 73.6%였다. 9분위 이상은 가구의 월 소득이 893만 원을 넘어 장학금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즉 서울대생 4명 중 3명은 유복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셈이다.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생 가정의 재산 상황을 1∼10분위로 구분해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9∼10분위 추정 학생 비율’은 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장학금을 신청할 필요가 없는 집 출신이란 얘기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대의 이 비율은 70%대다. 서울 소재 상위권 8개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이화여대) 중 1위다. 2015년과 지난해 장학금을 신청한 최저소득 수준의 학생 비율은 10%대로 가장 낮았다.

서울대생이나 교수들도 몇 년 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재학생 김모 씨(28·08학번)는 “10년 전 입학할 때만 해도 소득 수준이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강남이나 지방에서도 잘사는 동네 출신 학생들이 많아져 박탈감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인문대의 교수도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기회균형전형까지 도입했지만 부모의 소득이 서울대 입학을 결정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더욱 맞아가고 있다”며 “사실상 공교육이 무너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대 측은 학생의 가정형편과 관련한 구체적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학교가 학생들의 소득수준을 일일이 파악하며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 중에는 외부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