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조작’ 공개 16일만에 사과
“국민과 당사자에 사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1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과 당사자에게 사과드린다”며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파문에 정치적 책임을 지면서도 조작 개입이나 정계은퇴와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는 사이 당 지지도는 폭락했고, 여야 갈등도 최고조에 이르면서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安, 두 차례 사과 미뤄… 정계은퇴까지 논의
안 전 대표는 대국민 사과 시기,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식을 놓고 고심을 계속해오다 결국 이준서 전 최고위원(40)까지 구속된 이날 공식석상에 나왔다. 당초 안 전 대표 측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한 지난달 26일이나 당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된 3일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거리를 두려던 일부 측근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날 안 전 대표는 회견문 낭독에서 5번에 걸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굳은 표정으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정계은퇴 가능성엔 즉답을 피했다.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안 전 대표와 정계은퇴까지도 논의했지만 측근들이 ‘정계은퇴 사안은 아니지 않으냐’고 만류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망과 분노는 안철수에게 쏟아내고, 국민의당에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다. 안 전 대표가 멘 넥타이도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녹색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 깃발을 들고 지난해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안 전 대표는 당 차원의 검증 실패 책임을 지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책임 있는 대선 후보로서 ‘뒤늦은 사과’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문준용 특검법’을 제출키로 했다. 제보 조작과 별개로 특검을 통해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도 규명하자는 것이다.
○ 檢, 제보조작 윗선 수사 본격화
특히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1차 폭로(5월 5일) 이후 제보 내용이 허위라는 민주당의 반박이 나오자 국민의당 내부에서 제보 진위 검증을 요청했음에도 “제보 내용은 100% 사실”이라고 안심시켜 2차 기자회견(5월 7일)을 열게 한 점은 ‘확정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씨에게 계속 구체적 자료를 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은 마치 초등학생에게 밑도 끝도 없이 자동차를 사오라고 요구한 것과 같다”고 했다.
검찰은 대선 때 이 전 최고위원이 가져온 제보를 공개하는 데 관여한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전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공명선거추진단장이던 이용주 의원도 소환 대상으로 거론된다.
장관석 jks@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