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발표
○ 전력 수요 전망 이례적으로 큰 폭 감소
민간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전력)수요전망 워킹그룹’은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회의를 열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 담길 전력 수요 전망의 초안을 내놨다. 전망 초안에 따르면 2030년의 예상 국내 전력 수요는 101.9GW(기가와트)로 7차 계획(113.2GW) 때보다 10%(11.3GW) 줄었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어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7차 계획에선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3.4%로 봤지만 이번에는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춰 잡았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성장률 전망을 2.7%까지 올리더라도 2030년 최대 전력 수요는 7차 때의 2030년 전망보다 8.7GW 적은 104.5GW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전망 워킹그룹 위원인 김창식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도성장기 때와 성장률 2.5% 시대의 전력 수요 패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오히려 전력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탈원전 정책 반영 vs 과학적인 수요 예측 결과
일각에서는 이번 수요 계획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의지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일 “올해 말까지 8차 전력수급계획이 만들어지면 (탈원전 공약) 철학이 반영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요 전망에 맞춰 발전소 증설계획을 다시 짠다면 신고리 원전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과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의 축소나 취소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수요를 산정했다고 주장한다. 김창식 성균관대 교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이번 발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산업구조 변화 반영은 미흡
일각에서는 이번 수요 전망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근 성장하는 산업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철강, 중화학공업의 전기 수요가 수년 내에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전력 사용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어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이번 전력수요 계획에 대해 “충격적인 결과”라고 평했다. 그는 “(8차 계획은) 지금까지 전력 수요계획 가운데 가장 크게 수요가 급감한 것”이라며 “과거 계획과 이번 계획 중 하나는 틀렸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