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사회 무산]노조, 제3의 장소서 이사회 개최 우려… 공사중단 결정땐 법적투쟁 나설듯

○ 이사회 ‘제3의 장소’에서도 개최 가능
13일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13명이 이사회에 소속돼 있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포함한 내부 임원 6명과 학자, 공무원 또는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수원 규정에 따르면 정기 이사회 외에 긴급 이사회의 경우, 개최 24시간 전까지 개최 시간과 장소, 안건 등을 담은 문서를 서면이나 우편, 이메일 등으로 보내야 한다. 다만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공사 일시 중단을 반대하는 한수원 노조 등에서는 한수원이 이사회를 경주 본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진행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수원 이사회는 경주 본사가 아닌 서울 중구 아랍에미리트(UAE) 사업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열린 바 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사외이사 한 명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찬반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생각을 정하지 못했다. 이사회에 들어가 의안 토론을 깊이 있게 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1명만 참석해도 공사 일시 중단을 위한 위원회 정족수가 채워진다.
○ 신규 원전 6기 사업도 모두 멈춰
한수원이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무수히 많다. 우선 노조가 큰 산이다. 노조는 이사회가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시공사들도 공사 일시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중단 일정이 확정되지 못하면서 이미 신고리 5, 6호기 공사 현장에서는 기자재 주문, 인력 수급 등의 계획을 짜지 못해 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일단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무회의 의결 사항이라 신고리 5, 6호기 일시 중단을 포기하는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사 일시 중단 시점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신고리 5, 6호기 공사 완전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 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수원 측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사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 중단이라고 해도, 사실상 백지화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약 500억 원을 들여 전체 예정지의 18%를 사들였다.
이건혁 gu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