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개정 공식요구]美서 수세 트럼프의 시선 돌리기… 지재권 확대 등 전선 넓혀갈듯
한국 반발 고려 ‘재협상’ 표현 뺀듯… 전문가 “방심말고 준비 서둘러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보낸 서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12일(이하 현지 시간)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free) 무역’ 대신 강조한 ‘공정한(fair) 무역’에서 ‘공정한’이란 표현은 4번이나 등장한다. ‘균형 잡힌 무역(balanced trade)’ 표현도 3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공정한 무역을 강조한 품목은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철강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러스트벨트에 전하는 것이다. 러시아 내통 의혹과 탄핵안 발의 등 불리한 국내 상황을 모면하려 한미 FTA 카드로 쟁점을 만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가 재협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협상은 통상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통상 재협상은 협정 발효 전 한쪽이 불만을 품어 다시 협상을 벌이거나, 협정 발효 후 기존 협상을 뒤엎고 새로 협상하는 것”이라며 “미국 역시 공식서한에서 개정이라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협상이든 개정이든 미국의 표현에 집착하는 건 오히려 제 무덤 파는 격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용어에 얽매일수록 미국은 말을 바꿔가며 한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표현이 어떠하든 미국이 한미 FTA를 자국 이익에 맞게 바꾸고 통상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명확해졌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이를 지켜보며 서비스업 교역 조건을 개선하는 등 한미 FTA를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꾸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① 개정(amendment) ::
한미 FTA 협정문에 규정된 용어. 미국 내에서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아 조문을 손보는 것을 말한다.
한미 FTA 협정문에 규정된 용어로, 행정부의 권한으로 조문을 손보는 것을 의미한다.
:: ③ 재협상(renegotiation)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TA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단어. 한미 FTA 협정문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 ④ 후속 협상(follow-up negotiations) ::
:: ⑤ 공동위원회(committee) ::
FTA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회의체를 말한다. 연 1회 개최하되 필요시 특별세션(Special session) 형태로 열리기도 한다. 한 나라가 요청하면 상대방 국가는 반드시 응해야 한다.
조은아 achim@donga.com·문병기 기자·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