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국민의당에 사과 타진… 박주선 “적어도 비서실장은 와야” 우원식, 靑에 ‘최소한의 조치’ 요청… 문재인 대통령 숙고끝 ‘조대엽 포기’ 선택 송영무 임명하자 3野 다시 반발… 정우택 “대통령이 사과해야” 김이수 헌재소장 보고서 채택 유보
13일 오후 전격적으로 발표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물밑에서 부단히 의견을 조율한 결과였다. 다만 이날 조 후보자의 사퇴 직후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회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사퇴 카드를 택한 것은 그만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추경안 처리만 보장된다면 조 후보자를 버릴 수도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놓고 있었다. 여권은 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한 장관 후보자 2명 중 1명은 포기할 수 있다는 스탠스로 야권 기류를 타진해왔다.
이에 앞서 국회 정상화의 첫 단추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협치’에 등을 돌린 국민의당 달래기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경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에게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찾아갈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급히 오찬 일정을 취소했다. 박 위원장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임 실장,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25분 회동’은 이렇게 성사됐다. 박 위원장은 “전날 전 수석이 ‘내가 (추 대표를 대신해) 사과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기에 최소한 대통령비서실장이 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송 후보자가 아닌 조 후보자의 사퇴를 택한 것은 야 3당뿐 아니라 민주당의 ‘우군’인 정의당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해서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 도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을 계속 비워두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 후보자 사퇴 직후 송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자 야 3당은 다시 반발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송 장관은 음주운전과 위장전입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 위반은 물론이고 방산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인물”이라며 “추경안 심사 참여 등 의사일정을 두고 다시 당내 의견을 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부실 검증으로 무능한 인사를 후보자로 내정해 정국을 꽉 막히게 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에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사과 발언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직접 ‘유감 표명’을 마지막 협상 카드로 제시한 셈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14일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정상화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야 3당은 당초 14일 처리하기로 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유보했다.
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