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렬 맨 앞에 있던 스코틀랜드 출신 바이린 씨(21·여)는 13일 오전 5시에 1등으로 도착해 스무 시간 넘게 기다리던 중이었다. 바이린 씨는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빼앗길까봐 컵라면과 콜라 한 캔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오빠를 제일 앞에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늘색 히잡을 두른 인도네시아 여성 사산티 씨(27·여)는 맨발로 양반다리를 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선 슈퍼주니어 노래가 흘러 나왔다. 교사인 그는 한국에 오기 위해 월급의 절반인 100달러를 2년간 모았다고 했다.
이날 모인 팬의 대부분은 12일 강원 원주시 1군사령부도 찾았다. 슈퍼주니어의 또 다른 멤버 은혁(본명 이혁재)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당시 현장에선 은혁을 가까이 보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그래서인지 서울경찰청 앞에서는 자체적으로 대기명부를 작성해 기다렸다. 언어가 달라 마찰이 생기면 통역을 수소문하거나 스마트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일부 팬들이 차도로 밀려나면 네덜란드에서 온 한 여성이 어눌한 한국말로 “차도 내려오지 마! 차에 치여 죽을 거야. 죽으면 안 돼!”라고 외쳤다.
오전 6시 한 프랑스 여성이 “동해 나오기 3시간 전”이라고 또박또박 외쳤다. 지친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전 9시 반 동해가 정문으로 걸어 나오자 팬들은 “이동해”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1박 2일을 기다린 팬들에게 동해는 전역 소감을 밝혔다.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멕시코 여성 산체스 씨(29)에게 “힘든데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감격의 눈물을 닦으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말했다. “저도 몰라요. Just happiness(그냥 행복하니까)!”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