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원리는 연속 장면을 촬영한 필름을 빠른 속도로 돌려 강한 빛으로 스크린에 투영하는 것이다. 요즘은 디지털로 제작돼 필름이 없는 영화도 있지만 스크린과 영사기만은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발명 이후 변하지 않은 요소다. 투영한 영화가 잘 보이려면 주변은 어두워야 했고 화면은 밝아야 했다. 그래서 영화 초기에는 천에 은이나 알루미늄처럼 반사가 잘되는 금속입자를 발라 스크린으로 썼다. 지금도 인기 영화배우가 은막(銀幕)의 스타로 불리는 유래다.
▷영화관은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다. 인간관계의 거리를 4단계로 구분한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사람 사이의 거리가 18인치(약 45.7cm) 이하이면 ‘친밀한 관계’라고 했다. 또 마주 보고 앉을 때보다 시선을 같은 데 두고 나란히 앉을 때 심리적 경계가 쉽게 허물어지기도 한다. 서먹서먹했던 남녀 사이라도 함께 영화를 본 뒤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도 연애 분위기를 띄우는 건 물론이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