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음악평론가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생각날 때마다 사실상 거의 매일 한 번씩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한창 때는 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지만, 대단한 경륜과 학식을 가진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꽤나 뒤늦게 깨달았다. 생계는, 아니 일반적 삶은 아마도 우리에게 억척스러움 아니면 권태를 본질적으로 강요한다고 생각한다. 둘 다 고통이다.
그동안 사회적 삶을 전부로 알고 이 도시, 집단과 사회에 소속되기를 열망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어디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면 할수록 한낱 나는 외로운 망명객에 지나지 않는다는 허망한 기분에 시달리곤 했다. 페소아의 표현을 따르자면 내 생각의 깊은 중심에서 나는 내가 아니었다. 꿈속에서라도 내가 되자.
음악평론을 하면서 명성과 이기심이 아니라 치열하게 자신을 찾아 싸운 인물들을 나라도 보듬기로 했다. 1970년대 말 펑크 록밴드 ‘조이 디비전’의 리드 싱어 이언 커티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난 그는 간질과 울증에 시달리다 음악에서 구원을 받지만 거대한 삶의 압박에 못 견딘 나머지 24세도 되기 전 자살했다.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모든 것의 구원이라던 사랑도 믿지 않았다. 그것도 자아를 얽매는 또 하나의 공포일 뿐이었다. 커티스는 ‘사랑이 우리를 갈라놓을 거야(Love will tear us apart)’라고 노래했다. 그의 묘비명에 쓰여 있는 곡이다.
출세주의자들, 거짓말쟁이들, 정치적 영웅이나 대중스타가 아니라 자아라는 궁극의 실체와 마주한 그러한 ‘소인’들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것을 ‘불안의 책’을 읽는 내내 절감했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반항아들의 몸짓이라 할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언제나 아름답다. 작더라도 나답게 살고, 평범한 일상의 자잘한 것들을 챙기도록 하자. 평범한 것만큼 특이한 것도 없다. 유명의 삶이 아니라 익명의 삶으로 고개를 들자. 페소아가 만들어낸 이명이지만 실은 자신의 페르소나인 카에이루의 말이 다시금 나를 다독인다.
‘나의 크기는 내가 보는 것들의 크기이지 내 키의 크기가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