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9000명 교민-관광객 보호… 코리안데스크 활약상
지난해 4월 세부 코리안데스크로 파견된 심성원 경감은 한국인 관련 사건 자료를 보던 중 임 씨의 죽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주변 탐문을 통해서 임 씨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C 씨(23)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현지 경찰은 다시 수사에 나섰고 결국 범인을 체포했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반)는 교민과 한국인 여행객을 노린 살인·납치 사건을 전담한다. 국내에서 필리핀으로 도주한 해외 도피 사범을 검거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다. 2012년 5월 서승환 경정(40)이 ‘1호 코리안데스크’로 마닐라에 파견돼 필리핀 경찰관 2명과 합동 근무를 시작한 게 처음이다. 이어 2015년 2월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앙헬레스 지역에 경찰관 1명이 추가로 파견됐다. 지난해 5월 세부 카비테 등에 4명이 추가 파견돼 현재 6명이 활약 중이다.
경찰청은 코리안데스크뿐 아니라 2015년부터 현장감식 범죄분석 영상분석 분야 전문 경찰관을 현지에 파견했다. 한국인 대상 범죄를 본격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2016년 4월 한국인 선교사 살인 사건의 경우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유력 용의자를 식별해 검거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150억 원대 투자 사기 피의자가 살해된 사건을 지문과 혈흔 등 주요 증거를 채취해 해결했다. 2016년 코리안데스크와 파견 경찰이 현지 경찰과 공조해 해결한 살인 사건은 7건 중 4건. 필리핀 경찰의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율이 6% 정도인 걸 감안하면 상당하다.
7700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도착하면 몸을 숨길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있어 도피사범의 천국으로 꼽힌다. 코리안데스크는 매일같이 현지 교민을 만나고 필리핀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첩보를 입수한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해 16년째 가명을 쓰고 거지 행세를 하던 도피 사범을 검거하기도 했다. 2012∼2016년 필리핀에서 붙잡혀 송환된 도피사범은 211명에 달한다. 중국(180명) 태국(135명) 미국(74명)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