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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슈퍼컴퓨터 활용해 제조업 혁신하자

입력 | 2017-07-17 03:00:00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제조업은 국부의 원천이자 고용의 옹달샘이다. 제조업이 튼튼해야 서비스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의 현실이 밝지만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은 2014년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1.6%)를 보였고 이후 3년 동안 뒷걸음질 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0.7% 성장했던 점을 상기하면 국내 경제가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 더욱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간신히 마이너스의 늪을 벗어났지만 제조업이 다시 성장하기 위한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

전 세계 제조 환경은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제조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도 눈에 들어온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고성능컴퓨팅(HPC), 즉 ‘산업혁신의 가속기’로 불리는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2015년 ‘미국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고 첨단자동차, 스마트시티 등과 함께 HPC를 9대 전략 분야 중 하나로 제시했다. 경제성장, 공공서비스 향상, 국민 안전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요건으로 슈퍼컴퓨팅 기술을 꼽은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의 2016년 제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역시 HPC를 활용한 제조프로세스 혁신을 미래 제조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차세대 첨단기술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HPC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서 제조 중소기업들의 제품 개발에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을 지원하는 ‘슈퍼컴퓨팅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지원사업’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제품 개발에 슈퍼컴퓨터와 디지털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의 획기적인 향상을 이루어 냈다. 이는 기업의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졌다. 2014∼2015년 KISTI의 슈퍼컴퓨팅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 기업당 연간 평균 24억4000만 원의 매출이 늘고 고용이 1.8명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제조 중소기업 중 슈퍼컴퓨터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60%가 넘는 기업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제조기술로 제조업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전통적인 제품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쟁력강화위원회는 최근 미국의 제조업이 활기를 띠고 최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는 데에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극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슈퍼컴퓨팅 기술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혁신해 경제성장의 강력한 엔진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의 사례를 참조해 제조업 전방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다시 열기 위해선 무엇보다 슈퍼컴퓨터 활용 역량이 중요시된다. 국내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일은 곧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