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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아들 애완견용 목줄에 감겨 질식사하던 그날, 비정한 부부는 밤새 술 마셨다

입력 | 2017-07-17 03:00:00

계모, 목줄 감추는 등 현장 조작… 최초 발견 시간 거짓 진술




세 살 난 아들 목에 애완견용 목줄을 채우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부부가 사건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아들을 방치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숨진 아들을 처음 발견한 계모는 애완견용 목줄을 감추고 시신의 자세를 바꿔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2세 동갑인 친부 박모 씨와 계모 박모 씨는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집에 찾아온 친척 1명과 12일 오전 3시경까지 거실에서 맥주를 마셨다. 아들은 11일 오후 9시경부터 목줄이 채워진 채 자신의 방 아동용 침대에 갇혀 있다가 숨졌다. 가로 75cm, 세로 125cm, 높이 93cm인 침대는 벽 쪽을 제외한 세 모서리가 높이 53cm의 난간으로 막혀 있다.


박 씨 부부는 아들이 숨지기 3, 4주 전부터 밤에 10∼20차례 나일론으로 만든 길이 115cm 애완견 목줄을 아들 목에 채운 뒤 침대 기둥에 묶어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난간을 넘어 침대 밖으로 내려오려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목이 졸려 질식사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씨 부부는 “아들이 말을 듣지 않고 침대를 어질러서 목을 채웠다”고 진술했다.

계모 박 씨는 아들이 숨진 12일 119 신고 당시 “아들을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지만 무서워서 오후 4시 20분쯤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신 1차 부검 결과 아들의 사망 추정 시간은 이날 오후 2시였다. 결국 박 씨 부부는 “아들을 방치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초 발견 시간을 허위로 꾸몄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또 계모 박 씨가 숨진 아들의 목에서 줄을 풀어 다른 방에 숨기고 시신을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눕혀 놓는 등 사건 현장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

아들은 지난해 몇 달 동안 어린이집을 다닐 때 말고는 늘 집에 있었고, 아들 방 창문은 한여름에도 항상 닫혀 있었다고 한다. 아들의 키는 85cm로 또래에 비해 10cm가량 작았다. 몸무게는 어린이집을 다닐 때보다 2kg가량 감소한 10kg 정도였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