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방산비리 수사 비자금-정치권로비 의혹도 조사… KF-X 사업에도 번질 가능성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개발사업 비리 부실 감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KAI가 개발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감사원은 장 청장 등 방사청 관계자 3명에 대해 수리온의 결함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전력화를 무리하게 추진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KAI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에 장 청장 관련 사건을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착수했다.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KAI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크게 두 줄기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우선 KAI에 대해서는 △수리온 개발 원가 부풀리기로 54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의혹(2015년 10월 감사원 발표 내용) △하성용 KAI 대표가 환차익 10억여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의혹 △KAI가 거액의 상품권을 구입해 정치권 등에 로비를 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KAI가 2015년 공군의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감사원 발표 직후 방사청은 “현재 작전 운용 중인 헬기의 노후화와 이로 인한 전력 공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수리온 전력화를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리온 개발·제조업체인) KAI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무리하게 납품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장 청장의 휴대전화는 이날 온종일 꺼져 있었다.
방사청은 감사원이 문제를 삼은 수리온 결빙 성능 시험평가 미(未)실시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추세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서 “방사청은 수리온 전력화에 앞서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환경에서 결빙 성능 시험을 실시해 101개 항목을 평가했어야 했다”며 “하지만 ‘사업 일정’을 이유로 이를 추후 진행하기로 2009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체계 결빙 성능 시험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전력화와 시험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험평가를 늦춘 것은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특정업체 봐주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감사원의 지적 내용에 대해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