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기본급 웃돌아
《 “(최저임금이) 1만 원 되면 장사 접을 거예요. 직원이 사장보다 돈을 더 벌 텐데요. 나중에 취업도 안 돼 빈곤층으로 떨어질까 겁이 납니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편의점을 하는 A 씨(52)는 한숨부터 쉬었다. 여름은 편의점의 성수기다. 그의 점포는 요즘 하루 매출 220만 원을 올린다. 일 매출 200만 원을 넘으면 보통 ‘대박’ 편의점으로 불린다. 하지만 A 씨가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1000원짜리를 팔면 가맹 수수료, 임차료, 공과금 등을 다 내고 약 100원 남는데, 여기서 70원 정도가 인건비로 또 떼인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 인건비는 80원 정도가 된다. 》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재계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인상으로 3년 후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도 비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소기업이 추가 부담할 금액이 15조200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와 새로 최저임금 대상이 되는 근로자 460만 명을 대상으로 순인상분, 4대 보험료, 특별격려금 등을 계산한 결과다. 최저임금이 2020년 1만 원이 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은 매년 81조5259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책도 비용 증가분을 만회하기에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업주의 인건비 부담 능력’을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 씨는 한 달에 많아야 300만 원을 벌지만 매출은 3억4000만 원이다. 유류세 60%가 붙기 때문으로 매출액을 인건비 부담 능력 기준으로 보기에 힘들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3)는 “대기업·중견기업 기준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기준을 나눠 최저임금 인상률 차이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에 따른 폐업률 증가로 실업, 물가 인상, 투자 위축, 고용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전모 씨(32)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로 인한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당장의 인상을 감내할 여력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및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유통업계는 이미 1만 원 가능성에 대비해 재무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인상으로 연간 인건비가 250억∼500억 원이 더 든다”며 “어떻게 전략을 세워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확정 직후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는 1060원이나 오른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소상공인의 27%는 월 영업이익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영세·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나빠지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예윤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