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문건 파장]靑 “2014년 8월경 작성 추정”… 다른 자료에는 철저히 함구 대조적 재계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삼성간 이해관계 입증할 자료 안될 것” 靑 “메모 작성시점도 추정일 뿐 이제 우리 손 떠나 특검 몫”
○ 청 “삼성 관련 메모는 2014년 8월경 작성”
○ 3개월 전 쓰러진 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져 입원한 시점은 2014년 5월 10일이다. 삼성 측은 보름 만에 혼수상태에서 회복했다고 밝혔지만,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논란은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시 청와대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동향을 점검했을 걸로 보인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이다.
박 전 대통령 측과 이 부회장 측은 9월 만남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당시 짧은 만남에서 경영권 문제가 아닌 승마협회 이야기만 나눴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모 중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이라는 내용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박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은 2014년 9월 삼성이 참여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를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른다. 즉, 삼성 경영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의 도움을 청했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해당 메모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는 내용도 있다. 문제의 캐비닛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키를 쥐었던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관련한 자료도 다수 발견됐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 “재판 영향” 함구 속 해당 메모만 공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삼성의 ‘약한 고리’를 일찌감치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비춰 보면 해당 메모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삼성그룹 간 이해관계 성사를 입증하는 ‘스모킹 건’이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자연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진행 중인 재판을 두고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1심 결심 공판(8월 2일)이 임박했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10월 16일)도 다가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00여 건의 자료 중 청와대가 전체 내용과 작성 추정 시점을 공개한 것은 이 메모가 유일하다. 청와대가 다른 자료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