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의 포스터. 동아일보DB
주애진 경제부 기자
화제를 모은 영화 ‘옥자’를 보러 가기 망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죄책감이 들어 한동안 고기를 먹기 힘들 것 같아서다. 봉준호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옥자는 육식을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육식 자체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에 따른 대량생산 시스템을 비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때문에 육식이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슈퍼돼지인 ‘옥자’를 구하러 소녀가 달려간 대형 도축장에선 살아있는 돼지를 고기로 만드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이곳에서 ‘생명’은 ‘상품’으로 치환된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맛있는 고기를 얻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슈퍼돼지를 만들어낸 설정 자체가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다모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라도 조금 덜 미안한 방식으로 육식을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기자는 먼저 ‘가짜 고기’에 도전했다. 콩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낸 음식이다. 찾아보니 콩으로 만든 소시지, 장조림, 찹스테이크 등 제품이 다양했다. 콩으로 만든 소시지를 먹어봤다. 나름대로 맛있었지만 기존 소시지를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해줄 맛까지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윤리적 사육을 통해 만든 제품을 찾아봤다. 2012년 정부에서 시작한 ‘동물복지인증제’가 눈에 띄었다. 동물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농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따르면 참여 농장은 126곳뿐이었다. 그래서일까, 동네 마트에선 해당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참여 농장 중 가축을 자유롭게 방목한다고 밝힌 농장은 16곳에 불과했다. 일반 농장에 비해 더 나은 환경임은 분명하지만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으로 선택한 건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가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아도 육류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제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복잡하게 뒤얽힌 육식의 딜레마를 단칼에 끊어낼 묘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