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노동당 39호실 고위간부 증언 싱가포르에 제재 우회창구 많아… 北 통치자금 경유-돈세탁 의심 커져
북한은 세계적인 물류와 해운의 중심지 싱가포르에 오래전부터 큰 공을 들여 끈끈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런 이유로 A사 외에도 여러 싱가포르 회사가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창구로 활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사례는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자원과 자금을 북한에 보낸 혐의로 2015년 싱가포르 법원에서 18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4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친포 시핑(Chinpo Shipping)’이다. 2013년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미그-21 전투기 2대와 관련 부품, 미사일 레이더시스템 2개 등을 싣고 가다 파나마 운하에서 적발돼 억류된 사건 당시에도 친포 시핑이 환적 등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싱가포르 기업 ‘팬시스템스’의 평양지사 간판을 활용해 말레이시아에 ‘글로콤’이란 회사를 세운 뒤 군사용 통신장비 등을 외국에 수출해 오던 사실도 최근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을 통해 적발됐다. 또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북한 통치자금의 경유지이자 돈세탁 경로로 의심받아 왔다.
이 밖에 싱가포르는 북한 로열패밀리와 고위 간부들의 각종 편의를 돌봐주는 동남아 허브로도 활용돼 왔다. 과거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싱가포르에서 지병을 치료했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2011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에 20여 명의 일행을 거느리고 나타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