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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김석환]북한 핵 문제가 중-러 연대 지속시킬까

입력 | 2017-07-18 03:00:00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3, 4일 모스크바에서는 중-러 간 신밀월을 상징하는 장면이 또 연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번째 만남인 이날 회동에서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굳건한 악수를 나눴다. 시진핑은 공개적으로 “러시아는 가장 방문 횟수가 많은 나라이며, 당신(푸틴)과 나는 외국 정상 중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한미 군사훈련과 북한 핵 이슈가 동시적으로 연동되는(소위 쌍중단·雙中斷) 문제인 것처럼 부상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 압박책이 강조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 후 소위 북방 3각(북-중-러)과 남방 3각(한미일)의 냉전적 대결 구도의 재부상을 우려하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북한 핵 이슈가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를 촉진할 것인가? 그리고 이 이슈는 미국과 중-러 연대의 대결을 지속시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는 두 나라의 장기적 전략과 이익에도 부합한다. 자신들과 국경을 맞댄 나라에서 핵무장을 한 새로운 국가가 출현하기를 원하는 나라는 없다. 핵 무장을 좌절시키거나 위협을 해소할 현실적 실천 방안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이해당사국들의 복잡한 전략적 이익과 장기 목표와 연관이 있다.

러시아 극동 및 태평양 연안 지역과 중국의 동북부, 그리고 환동해권 지역은 현재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북한 핵 이슈 같은 강력한 안보 이슈도 있지만, 더 크게는 지역 내 대결 구도 종식을 통한 메가 프로젝트로 역동성을 강화하려는 정책들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서 누가 주도권을 잡고, 누구와 파트너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미래 경쟁력과 번영이 갈릴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러는 준동맹이라 부를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러 관계 개선은 러시아 해킹 스캔들로 인해 불투명하다. 일본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중국을 견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 핵 이슈에 매몰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국가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현재의 중-러 밀월은 이념 대신 실리로 묶여 철옹성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중-러 관계를 냉정하게 보면 그동안 갈등과 충돌, 담판의 시기가 부침했음을 알 수 있다. 미-러 관계도 숱한 부침을 겪었다. 국제 관계에서 현상의 변경, 관계 변화는 꼭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은 ‘관계의 방정식’을 변화시키는 속에서 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북 관계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