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끊이지않는 ‘해외 공유숙박’ 비용 저렴해 이용객 크게 늘었지만 사고 숙소 퇴출조치가 사실상 전부 ‘안전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 커져 에어비앤비측 “피해자에 모든 지원”
지난해 포털사이트 일본여행 카페에 올라온 에어비앤비 숙소 몰래카메라 사진. 렌즈가 샤워실을 향했다. 네이버 카페
8월 초 일본 도쿄(東京)로 ‘혼행(혼자 여행하기)’을 떠날 박모 씨(31·여·직장인)는 18일 고민 끝에 숙소를 예약했다. 말이 호텔이지 침대와 TV만 있는 캡슐형 숙소다. 당초 박 씨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16일 일본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 성폭행 피해사건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박 씨는 “일본은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이고 치안도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안전한 숙소가 낫다”고 말했다.
○ 편하긴 한데 왠지 찜찜한 ‘숙박 공유’
이용자가 늘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친절한 집주인이 범죄자로 돌변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16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한국 여성 A 씨(31)가 집주인에게 성폭행 당했다. 집주인 오사베 소이치(長部聰一·34) 씨는 사건 당일 0시 무렵 A 씨에게 술을 권했다. A 씨는 그가 건넨 술 두 잔쯤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집주인은 범행을 저질렀다. 집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만지기는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후쿠오카 검찰은 19일 오사베 씨에 대해 구류장(한국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미국에 사는 한인 2세 서다인 씨(25·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집에 도착 직전 집주인 태미 바커로부터 돌연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서 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당신이 ‘아시안’이라는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에어비앤비 측은 해당 호스트를 영구 퇴출했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5000달러(약 56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직장인 김모 씨(33·여)는 스위스 여행 중 숙소 거실에서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발견했다. 김 씨는 한동안 자신을 찍은 영상이 유포될까 불안에 떨었다. 해외여행 중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박모 씨(29·여)는 “숙소의 위치와 형태가 각양각색인 만큼 이용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의 폭도 넓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휴가철 앞두고 일본행 불안감
하지만 숙박공유업체의 자정 노력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에어비앤비 역시 사고 발생 시 공급자를 가맹업체에서 퇴출하는 정도의 조치가 사실상 전부다. 이번 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안전과 보안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커다란 분노를 느낀다. 이 호스트를 즉시 삭제했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피해자 게스트와 접촉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기야 소비자들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에는 ‘에어비앤비 지옥(airbnb Hell)’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사이트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자들의 익명 후기가 주로 올라온다. 현재로서는 숙박공유업체 이용 때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이용자가 △가급적 후기가 많은 숙소 중심으로 선택하고 △각종 문의에 응답률이 높은 ‘슈퍼호스트’를 고르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낫다.
김배중 wanted@donga.com·구특교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