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사망 8일전 류샤 사진집에 쓴 서문… 아내를 ‘아기 새우’ 애칭으로 불러
13일 간암으로 62세 생을 마감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는 아내 류샤(劉霞·56)에게 쓴 생전 마지막 편지(사진)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내의 사진집 ‘류샤오보와의 동행’ 서문으로 5일 써둔 이 글은 홍콩 언론 이니시엄이 입수해 17일 세상에 알려졌다.
류샤오보는 편지에서 1996년 교도소에서 옥중 결혼한 뒤 한 달에 한 번만 면회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애틋하게 이어온 사랑을 추억했다.
부부는 소소한 장난과 대화를 나누며 각박한 현실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류샤오보는 아내를 ‘아기 새우’란 애칭으로 불렀는데 아내 이름 ‘샤(霞)’의 중국어 동음어인 ‘蝦(새우)’에서 따온 것이다.
“당신은 내게 죽을 끓여 주고는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찬가를 단 6분 만에 써 달라고 했어. 어둑한 조명, 허름한 방, 벗겨진 찻상, 그리고 아기 새우의 불합리한 요구. 이 모든 것이 놀라울 만큼 완벽하게 어울렸지.”
류샤오보는 병세가 짙어져 힘없이 구불구불한 글씨로 편지를 쓰면서도 예술가인 아내를 향한 찬가를 아끼지 않았다.
“아기 새우의 시에는 냉기와 어두움이 수렴돼 있어. 마치 당신이 찍은 사진의 흑백과 같아. 가슴이 열린 채 절망적인 연기를 쐬던 처절한 어린이들, 검은 옷을 걸친 광대. (이런 사진 작품은) 아기 새우의 창의성이란 특별한 황야에 외롭게 뿌리 내린 작은 가지 중 하나일 거야.”
류샤오보가 생전에 해외에서 치료받고 싶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류샤에게 가해질 탄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의 사망이 반체제 인사를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을 우려해 류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류샤오보가 사망 직전 남긴 말 중 유일하게 알려진 내용은 류샤에게 전한 “잘 사시오”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