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문자를 보낼 때 혼동되는 것들이 있다. ‘이따가, 있다가’도 그중 하나다. ‘있다가’로 써야 할지, ‘이따가’로 적어야 할지 영 만만치가 않다. 혼동되는 것이 당연하다. 일단 이 둘은 소리가 같다. 같은 소리를 달리 적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질 않은가?
이런 문제를 풀 때는 둘 중 더 쉬운 것을 선택해 접근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 더 쉬운가? ‘있다가’가 더 쉽다. ‘있다가’가 들어 있는 문장을 하나 만들고 그 의미를 확인해 보자. 떠오르지 않는다면 검색해 찾아도 좋다.
―밧줄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된 소년
―있다, 있고, 있으니, 있어서, 있더라도, 있으면, 있는, 있으므로, 있다가
이런 여러 모양 중에서 마지막에 온 것이 ‘있다가’이다. ‘있-’에 ‘-다가’를 붙인 것이다. 여기서 ‘-다가’는 어떤 뜻인지가 궁금해지는 것이 순서다. 의미를 제대로 알려면 예를 생각해보면 된다.
―보다가, 놀다가, 듣다가, 살다가, 먹다가, 노래하다가, 공부하다가
‘-다가’의 뜻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인가가 중단되고 다른 것으로 바뀔 때 이 ‘-다가’를 붙여서 사용한다. ‘있-’과 ‘-다가’를 명확히 구분해 적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들 각각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 ‘-다가’를 훌륭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상에서 훌륭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언어학적으로 그것을 제대로 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따가’는 이들과 어떻게 다를까? 역시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이따가 만나면 말해 줄게.
이 문장들에서 ‘이따가’는 앞서 본 ‘있다가’와는 의미가 다르다. ‘있다가’는 ‘어느 곳에 머묾’이라는 공간과 관련된 의미를 가지지만, ‘이따가’는 시간과 관련된 의미를 갖는다. 즉, ‘조금 지난 후의’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언제나 뒤를 따르는 말을 꾸며 주는 역할을 한다. ‘이따가 보자’에서 ‘이따가’는 ‘보다’를, ‘이따가 만나면’에서는 ‘만나다’를 꾸미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부사다. ‘이따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부사인 것이다.
원래 ‘이따가’는 ‘있다’에서 왔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포함된 부사로 변했다. 어원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이따가’로 표기해 ‘있다가’와 구분해 주는 것이다.
‘이따가’와 ‘있다가’가 혼동된다면 당연히 ‘이따’와 ‘있다’도 혼동되기 마련이다. ‘있다, 이따’의 구분 방법 역시 ‘있다가, 이따가’와 동일하다. 실제로 ‘있다, 이따’의 의미는 ‘있다가, 이따가’의 구분과 같다. ‘이따’ 역시 시간 의미를 갖는 부사다. 소리 나는 대로 ‘이따’로 적어야 한다. ‘있다’는 원래 의미를 그대로 가지므로 ‘있-’과 ‘-다’를 각각 밝혀 적는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