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조해산 금지’ 등 비준 밝혀… 교원-공무원노조법 개정 불가피 정부 “노동규제 국제기준 맞추는것”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협약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합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통해 두 노조의 합법화를 공식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ILO의 핵심 협약 가운데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87호와 98호,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29호와 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19일 밝혔다. 1991년 12월 ILO에 가입한 한국은 그동안 189개 협약 중 27개만 비준했고, 8개 핵심 협약 가운데 이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87호는 정부가 노조 활동을 막거나 해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98호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토록 하고 있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 금지 조항을 담고 있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이 두 협약과 충돌하기 때문에 두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협약을 비준할 수 없었다.
전공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노조 설립 신고서가 반려되면서 법외노조가 됐고,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직접 내렸다. 두 노조 모두 가입이 금지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동계는 정부를 상대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협약을 비준하려면 해직자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하고, 두 노조를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은 지난해 4월 1일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이후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