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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꿈 이뤄졌다” 94년만에 센강의 수영

입력 | 2017-07-20 03:00:00

30여년 수질개선… 개장 현장 가보니




강물 그대로 수영장… 20분만에 수용 인원 꽉차 17일 프랑스 파리 19구 센강 지류 우르크 운하에 마련된 바생 드 라 빌레트 수영장에 강물을 이용한 수영장이 개장되자 20분 만에 수용 인원 300명이 꽉 찼다. 센강에서는 1923년부터 94년 동안 수영이 금지됐다. 오른쪽은 자유롭게 센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었던 1921년 모습. 파리=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센강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17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반경 프랑스 파리 19구를 흐르는 센강 지류 바생 드 라 빌레트 수영장 입구. 34도가 넘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줄을 서 있는 에두아르 씨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다른 파리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도 출입문이 열리면 곧바로 강으로 뛰어들 기세였다. 개장 시간을 30분가량 남겨놓고 줄을 선 인파는 2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날은 94년 만에 센강에서 합법적으로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 개장일. 한강 수영이 금지돼 있는 것처럼 그동안 센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11유로(약 1만4300원)의 벌금을 감수하고도 센강으로 뛰어드는 파리 시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개장 이틀째인 18일 센강 수영장을 찾은 안 이달고 시장은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센강 수영은 1923년 시민들의 안전 문제로 전면 금지됐다. 이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1988년 “센강에서 파리 시민들이 수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수질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해 센강 수영은 ‘그림의 떡’이었다.

1980년대부터 폐수 정화, 분해시설 투자 등 센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파리시는 2015년 ‘파리에서 수영을’이란 모토를 내걸고 본격적인 센강 수영장 건설에 나섰다. 지난해 드디어 수영이 가능한 양질의 수질을 확보한 구간을 찾아냈다.

센강 수영장의 물 색깔은 일반 수영장처럼 투명한 색깔이 아니다. 바로 옆 강물과 같은 탁한 옥빛이었다. 물 안에는 수초가 떠다녔고 작은 물고기도 볼 수 있었다. 이 수영장 총책임자 알렉상드르 티에리 씨는 “여과장치를 거치기는 하지만 강물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민 위고 씨는 “염소와 같은 화학물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자연적인 모습이 좋다”며 “수초와 물고기와 함께 헤엄치다 보니 자연 생태계 속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탁한 물빛 때문에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린이 전용 풀장 옆에선 “물 먹으면 안 돼”라는 엄마들의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 수영장 크기는 길이 100m, 넓이 16m로 수심은 어린이용 풀이 40cm, 중급 1.2m, 고급 2.2m 등 세 종류였다. 해변처럼 인공 모래사장도 있었다.

마감 시간이 4시간이나 남은 오후 5시경 티에리 씨는 수영장 입구 밖으로 나가 “정말 죄송하다. 수용 인원이 꽉 찼다. 오늘은 수영장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기다리던 50여 명에게 양해를 구했다. 수영장 측은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면 수영장뿐만 아니라 바로 옆 강 수질도 나빠질 수 있다며 수영장 이용객을 한 번에 300명, 하루 총 인원 1000명으로 제한했다.

프랑스인들에게 수영은 국민 스포츠다. 파리시는 돈 없는 사람들도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센강 수영장을 공짜로 개방했다. 매년 3개월 정도 운영할 계획인데, 7만5000여 명의 파리 시민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고 시장의 꿈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유치해 수영 종목을 시청 옆 센강에서 치르는 것이다. 그때까지 센강 곳곳에 자연 수영장을 늘릴 계획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이끄는 프랑스로서는 ‘친자연’ 이미지를 위해서도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계획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