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기도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 하지만 이들이 진짜 북한 지하교인들인지, 촬영 장소가 북한이 맞는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에서 종교 활동이 발각되면 사형을 피하기 어렵다. 동아일보DB
주성하 기자
집사님이 보내신 “북한에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김정욱 목사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하자”는 카카오톡 단체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지난달 사망한 뒤 북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3명의 귀환이 다시 관심사가 됐지요. 정부 당국자도 “남북 당국 간 대화 채널이 복원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억류된 우리 국민의 안위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죄송하지만, 저는 함께 기도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악한 것일까요. 제 말도 한번 들어보십시오.
자신을 범죄자라고 지칭한 그는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라 북쪽 사람들을 첩자로 소개하고 중개했다”며 “제가 저지른 반국가 범죄 혐의에 대해 북한에 사과한다”고 하더군요. “가족에게 건강하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선 김 목사 지시로 간첩 활동을 했다는 북한 주민들의 자백 영상도 상영됐습니다. 그들은 이미 국정원 간첩으로 몰려 죽었겠죠. 한 북한 소식통은 그 사건으로 평양에서 최소 30명, 많게는 100명 넘게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선 기독교를 믿으면 살아날 수 없습니다. 하물며 국정원 간첩 혐의까지 썼는데 살 수 있겠습니까. 그들에겐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길 기회조차 없습니다. 김 목사가 선고받았다는 무기형이 그들에겐 간절한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죄라곤 중국 단둥에서 한국 선교사를 만났던 것밖에 없습니다. 몰래 성경 좀 읽고 용돈을 받아 쓰자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단둥의 그 선교사가 무책임하게 제 발로 평양에 올 줄은, 보위부에 체포돼 자신들을 스파이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고문당해 어쩔 수 없이 불었다고 자기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저만 해도 북-중 국경에 너무 가고 싶지만 가지 않습니다. 제 목숨도 소중하지만, 혹 제가 체포돼 수많은 사람이 연쇄 피해를 볼 것이 더 두렵기 때문입니다. 독약을 삼킬 각오가 돼 있어도 가기 싫습니다. 지난달 중국에 가서 가족과 접촉하려던 탈북자 6명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제가 자다가 보위부에 납치돼 아는 사람들을 줄줄이 불어 죽게 하고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제발 나를 살려 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은 상상조차 끔찍합니다.
왜 순교의 피는 탈북자만의 몫인가요. 물론 납치되거나 테러당한 선교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개는 탈북자만 죽고 선교사는 살았습니다. 김 목사가 무사 귀환하면 선교 대상이 됐던 북한 주민들만 죽고 한국 선교사는 살아 돌아오는 기록이 또 하나 생길 겁니다.
저는 자신이 순교할 각오가 됐을 때 탈북자에게 그리 가르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을 위해 독약을 삼킬 각오가 됐을 때 북한 선교에 나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선교보다 열 배 이상의 각오를 가져야 하는 것이 북한 선교입니다.
하지만 그런 각오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이해할 수 없는 선교사들도 적잖게 봤습니다. 예전에 위험한 북-중 국경에서 탈북 고아들을 키우는 선교사에게 애들을 안전한 한국으로 무사히 오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했죠. 얼마 전 러시아에서 탈북한 북한 노동자는 도움을 주는 한국 선교사가 성경 공부만 계속시킬 뿐 한국으로 가는 데 도움 줄 생각조차 없다고 제게 연락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탈북 고아를 키우면, 탈북 노동자를 개종하면 선교사는 후원자 앞에 면목이 서겠죠. 그러나 그게 고아와 탈북민을 위한 일인가요. 그들에겐 안전하게 살 한국행이 우선입니다.
이 글로 열악한 사역 현장에서 고생하는 많은 선교사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물론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사역자도 사소한 부주의로 한순간에 사람을 죽이는 사역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