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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닭개장, 佛친구도 반한 보양식

입력 | 2017-07-20 03:00:00


보양식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닭개장. 정신우 씨 제공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프랑스 레스토랑 스타지에에서 인턴을 할 때 스태프들이 먹는 식사인 ‘스태프 밀’로 닭개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감자와 토마토를 넉넉히 넣고 닭볶음을 하듯 국물을 만들었다. 닭고기는 살만 발라 넣고 함께 끓여 주었고, 밥 대신 파스타 면인 펜네를 삶아 넣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프랑스 친구들은 “맛있다”를 외쳤다.

닭개장은 육개장의 사촌이다. 조선시대에 개고기(개장국)와 소고기로 끓이던 장국(육개장)이 오늘날의 닭개장과 육개장이다. 맑게 끓여낸 것이 닭곰탕, 매운 양념장으로 칼칼하게 낸 것이 닭개장이다.

조선 말기에 편찬된 ‘시의전서’에 연계국이 나오는데 오늘날 닭개장과 거의 흡사하다. 계절에 상관없이 즐겼지만 특히 날씨가 더운 날에 땀을 쏙 빼기 좋은 음식이다. 닭 국물은 몸을 보하고 기를 북돋우는 성질이 있다. 날이 좋거나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어떤 날이든 먹기 좋은 음식이다.

닭개장은 흔히 가정에서 끓여 먹던 보양식이었다. 요즘엔 닭개장 하는 집이 흔치 않다. 예전에는 생색내기 좋은 음식이 닭개장이어서 시골 마을 어르신들의 복달임(복날에 고기붙이로 국을 끓여 먹는 풍속)이나 공사현장 식당의 인기 메뉴였다. 운이 좋은 날엔 가지김치와 섞박지가 있는 식당에서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전통적인 닭개장을 시원하게 끓이려면 우거지나 생배추를 대파, 무와 함께 넉넉하게 고아준다. 그러면 맛이 달고 부드러워진다. 요즘 닭개장은 육개장 내용물인 고사리, 숙주나물, 토란대에 소고기 대신 닭고기로만 바꾼 집들이 많아 아쉬울 때가 있다. 누구는 상갓집에서 먹는 육개장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이제 집밥에서 개장국은 자취를 감추는 모양이다.

특히 서울에서 닭개장 잘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닭곰탕과 닭한마리집이 훨씬 많다. 닭곰탕에 숙성시킨 칼칼한 양념을 풀어서 먹어도 좋다. 약재를 넣거나 닭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백숙집들은 진한 육수가 보약이다. 진한 육수 자체가 요리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산지의 영향을 받는지라 오히려 지방에 맛집들이 더러 있다. 본래 닭개장은 영계로 끓이는 음식이 아니다. 쫄깃하고 실한 닭으로 맛을 살려야 한다. 살이 두툼한 닭 한 마리 고아서 온 가족을 위한 보양식으로 추천할 만한 음식이다.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cafe.naver.com/platestudio



○ 와룡동닭매운탕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30, 02-743-1134, 닭개장 6000원·닭매운탕 1만 원
○ 닭곰탱이 서울 관악구 관악로13길 25, 02-888-9588, 닭개장 7000원
○ 경희네 닭개장 서울 강동구 올림픽로92길 11, 070-8839-1452, 닭개장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