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홀’의 소설가 편혜영 씨. ‘홀’의 원형인 단편 ‘식물애호’가 최근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에 게재됐다. 동아일보 DB
-편혜영 ‘홀’ 중 일부
편혜영 씨의 단편 ‘식물애호’가 이달 초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실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뉴요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앨리스 먼로, ‘롤리타’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실렸었다.
‘홀’은 ‘식물애호’를 장편으로 늘린 작품이다. 단편이 원형이었으니 헐겁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읽히는 속도감이 빠르다. 놀라운 건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기’가 식물인간 상태라는 것이다. 오기는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었고 불구가 된다. 그를 돌보는 건 딸을 잃은 장모다. 작가는 소설 대부분에 걸쳐 오기를 눕혀놓은 채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완벽하게 안정된 삶을 사는 듯 보였던 40대 대학교수 오기의 삶이 들춰지면서 ‘구멍’(홀)들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특히나 40대에 대한 인용구들에, 40대와 그 이후의 사람들은 불편하게 공감할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