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주모 씨(37)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찜찜한 마음이 든다. 학교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야외활동을 하지 않고 교실 창문도 닫는다’는 안내문을 보냈지만 창문만 닫는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주 씨는 “쉬는 시간에 보면 아이들 움직임이 엄청 심해 실내 미세먼지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학교의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만들 근본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 공기질에 대한 학부모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실제 일부 학교의 실내 공기질이 열악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9곳 가운데 1곳은 실내 미세먼지 수준이 야외 기준 ‘나쁨(80㎍/㎥)’ 이상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교육부가 각 학교에 배포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가이드라인’ 기준으로 보면 80 이상은 실외 수업 자제가 권고될 정도의 농도다. 미세먼지 농도가 80 이상인 학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지역이 986개 학교 가운데 291곳(29.5%)에 달해 가장 많았고 대구도 449개교 가운데 103곳에 달해 22.9%를 차지했다. 다만, 현재 학교 보건법상 부적합으로 분류되는 ‘실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의 2배 수준인 100㎍/㎥이기 때문에, 이 기준상 문제가 된 학교는 없었다.
학부모들의 미세먼지 우려가 커지면서 올 초 교육부는 학교의 미세먼지 담당자들에게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고 대응 교육을 시켰다. 당시 교육부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운동장 수업을 하거나 교실 창문을 열고 있으면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고 학교에 민원을 제기한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교실 창문을 닫고 수업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미세먼지 대응법과 달라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더라도 2, 3시간에 한번씩은 2~3분간 환기를 하는 게 환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고 알고 있었다”며 “실제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환경부가 만든 미세먼지 바로알기 자료에 따르면 밀폐된 공간을 장시간 환기하지 않을 경우 실내공기가 이산화탄소 축적, 산소 부족 등으로 인해 탁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환기는 필요하다. 특히 청소 등을 한 경우에는 실내 공기가 더 나쁠 수 있으므로 환기가 권유된다.
현재 교육부는 △공조설비 △공기청정기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에어컨 등 공기정화장치를 갖춘 학교가 전체의 23%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중 각각의 설비 효용성을 따져보는 연구용역을 진행해 공기청정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