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보행자 신호등 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젊은 사람들이야 서두르면 되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고역일 것 같다.’(동아일보 1985년 5월 28일자)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서로 밀치며 뛰어야만 하는 현재의 횡단보도 보행등 시간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동아일보 1991년 9월 19일자) 같은 독자 투고가 적잖게 실렸다.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의 첫 설치를 알린 동아일보 1993년 7월 22일자 29면.
이런 목소리들을 반영해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설치됐다. 기사에 따르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신호가 바뀌어 불안감을 느끼거나 어린이 노약자들이 미처 건너지 못해 당하는 사고 등을 줄이고 시민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전국 신호등 20만3617대 중 잔여시간 표시기가 설치된 신호등은 그중 40.3%인 8만1818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왕복 6차로 미만의 도로 중 보행자 통행량이 많고 보행자 횡단사고가 잦은 곳에 잔여시간 표시기를 설치하도록 한 경찰청 지침 때문이다. ‘차보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여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관련 법 개정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