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성 씨가 살았던 고시원 건물. 전 씨가 머무르던 방은 5층이다.
전혜성 씨가 남기고 간 물건들. 사진을 빼서 틀만 남은 액자와 곰인형, 미용렌즈 등이 남았다.
전혜성 씨가 두고 간 옷들. 분홍색 오리털 패딩과 회색 목도리 등 한겨울용 의류만 남아있다.
● 방문도 잠그지 않고 귀중품만 챙겨
북한에 다시 들어간 탈북자 전혜성 씨(방송명 임지현·25)가 살았던 서울 강남의 고시원 관리인은 20일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전 씨가 살았던 곳은 화장실에 침대, 책상, 옷장, 미니냉장고가 갖춰진 두 평 남짓한 공간이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전 씨는 매달 12일 월세 42만 원를 꼬박꼬박 지불했다.
전 씨는 상자 4개 분량의 짐을 남겼다. 상자에는 분홍색 패딩점퍼와 하얀색 털점퍼, 회색 목도리 등 당분간 필요하지 않는 겨울용 의류와 ‘made in china’가 선명한 핸드백 10개가 담겨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 학습교재, 연기 대본도 보였다. 콘택트렌즈와 렌즈세척액과 화장솜, 먹다 남은 두통약, 하얀 곰인형 등도 있었다.
전혜성 씨가 살았던 고시원 5층 복도. 비상구 등 왼쪽이 전 씨가 지냈던 방이다.
전혜성 씨가 한국에서 마지막 네 달 동안 살았던 고시원 방
● “밤마다 중국어로 통화”
전 씨는 자발적으로 중국에 갔다. 하지만 북한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월북과 납북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 전 씨가 한국에서 간첩을 하다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고시원 직원들은 전 씨가 평소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한 고시원 직원은 “전 씨에게 ‘조선족이냐’고 물었더니 ‘탈북했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고 전했다. 전 씨는 방송에서 가명을 사용했지만 고시원에는 본명인 ‘전혜성’으로 등록했다. 전 씨가 남긴 상자 위에도 ‘전혜성’이라는 본명이 적혀있었다.
다만 전 씨가 밤마다 중국어로 누군가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전 씨는 2011년 탈북한 뒤 3년 동안 중국에서 중국 남성과 동거했다. 한국에는 2014년 혼자 들어왔다. 전 씨는 중국인 남성을 만나기 위해 종종 중국에 다녀왔단다. 수사당국도 전 씨의 중국행 이유가 애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추정했다. 전 씨는 중국인 남성과 살림을 합치려고 중국으로 떠났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전 씨가 남긴 물품을 토대로 입북 경위 등을 조사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