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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2분기 1등 vs 신한, 상반기 1등… 리딩뱅크 경쟁 ‘용호상박’

입력 | 2017-07-21 03:00:00

KB금융, 2분기 순익 9901억원… 신한금융보다 981억 많지만
1, 2분기 합친 상반기는 289억 적어… “글로벌-디지털 시장서 승부날것”




윤종규 회장(왼쪽 사진)과 조용병 회장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 자리를 두고 리딩뱅크 혈투가 전개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이면서 두 금융그룹 간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20일 KB금융은 2017년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2분기(4∼6월) 당기순이익이 9901억 원이라고 밝혔다. 전 분기와 비교해 13.8%(120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신한금융도 같은 날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에 892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KB금융이 더 좋았지만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KB금융 1조8602억 원, 신한금융 1조8891억 원으로 신한금융이 소폭 앞섰다. 두 회사 모두 지주 설립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오랫동안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하던 신한금융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KB금융은 2015년 1분기에 순이익으로 신한금융을 앞섰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덩치 키우기’ 작전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LIG손해보험, 현대증권을 그룹에 편입해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올 2분기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는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높은 37%까지 올랐다. ‘낙하산’ 회장과 행장의 갈등, 경영진과 이사회의 마찰로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조직이 최근 수년 사이 안정된 것도 리딩뱅크 경쟁에 힘을 보탰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KB금융의 선전에 짐짓 의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뒤 “한국 선두를 넘어 2020년까지 아시아 선두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그룹 경영진에서 각 계열사가 업계 선두를 유지할 만한 별도의 특화된 분야를 찾도록 지시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분기 실적은 몰라도 상반기 실적은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다며 연말까지 리딩뱅크 자리를 다시 되찾겠다는 반응이다.

HMC투자증권 김진상 연구원은 “올해 KB금융은 인수합병에서 발생한 일회성 수익이 더해지며 신한금융을 앞선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과 디지털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지에 따라 1위 자리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우리은행 역시 2분기에 4608억 원, 상반기 누적 1조983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1년 이후 최대치로, 2015년 한 해 당기순이익(1조593억 원)보다도 많았다.

이처럼 금융업계의 수익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우선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가계부채 수요와 함께 은행들의 대출자산이 늘었고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해 순이자마진(NIM)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요즘 들어 은행권이 마구잡이로 대출을 늘리는 대신 우량자산과 우량고객 위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내부적으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감소한 것도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