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째 헛도는 북한인권재단 오피스빌딩 2개층에 사무실 마련… 작년 여야 이견으로 정식출범 못해 채용했던 직원들도 다 내보내
19일 사무집기는 있지만 직원은 1명밖에 없어 텅 빈 모습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하지만 이 사무실에는 통일부 파견 서기관 한 명만 덩그러니 책상을 지키고 있었다. 적막한 사무실에는 에어컨만 “윙윙” 소리를 내며 시원스레 돌아갔다. 8층 이사장 집무실의 대형 소파엔 누군가 앉은 흔적조차 없었고, 고급스러운 책상 위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창문 너머 빌딩 사이로 마포대교와 한강 일부가 보이는 이 멋진 이사장실의 주인이 아직 없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인권개선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서 재단의 활동 근거가 마련됐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이 처음 발의했지만 “남북 대결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에 부딪쳤다. 2015년 12월 유엔 총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 발의 11년 만에 진통 끝에 법이 통과됐다.
재단 이사진(12명)은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씩 추천하기로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상근 이사 2명 중 1명을 달라”고 요구하며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인선이 멈췄다. 이제 여야가 바뀐 만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조명균 신임 통일부 장관도 아직 이사 명단을 실무 부서에 전달하지 않았다. 통일부 측은 “야권이 예전 민주당이 했던 것처럼 상근 이사 자리를 요구할 경우 다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채용된 재단 신규 직원은 4개월 만에 모두 내보냈다. 통일부 파견 직원도 3명이었다가 2주 전부터 1명으로 줄었다. 이곳으로 매일 출근한다는 서기관에게 ‘할 일이 없지 않냐’고 묻자 “인터넷으로 다른 업무도 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확한 임차료를 밝히지 않던 통일부는 “(시세보다) 할인받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만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사무실의 월 임차료와 관리비는 약 3160만 원이다. 열 달 동안 설립조차 되지 않은 사무실 유지비만 3억 원이 넘는 것이다.
기자가 재단을 찾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 과제에는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출범”이 포함되어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