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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이어 이번엔 안방극장… 넷플릭스, 드라마 시장도 흔드나

입력 | 2017-07-21 03:00:00

좀비 소재 ‘킹덤’ 등 2편 자체 제작




‘슈퍼 돼지(옥자)’가 흔든 영화 시장, ‘좀비(킹덤)’로 드라마 시장도 흔들 수 있을까.

상반기 영화계 키워드의 하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였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드라마 두 편을 자체 제작한다는 계획을 밝혀 드라마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함께 8부작 사극 좀비물 ‘킹덤’을 제작 중이다. 전체 제작비는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대본 작업과 함께 영화 제작진을 섭외하는 등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도 제작사 히든시퀀스를 통해 12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넷플릭스의 과제는 정체 상태의 미국 내부 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으로 가입자를 끌어올리는 것. 영화는 단판 승부이지만 연속성 있는 콘텐츠인 드라마는 가입자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 공급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나르코스’ ‘더 크라운’ 등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미 가입자를 대거 끌어올렸다. 이 콘텐츠들은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이달 14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에미상 후보 명단에 넷플릭스는 총 93번 후보로 올랐을 정도다. 넷플릭스의 첫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국어 드라마 외에도 이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각 문화권의 현지 언어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여럿 제작됐다. 프랑스어로는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주연한 프랑스 정치물 ‘마르세유’가 제작됐다. 일본에서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히바나’, 브라질에서는 공상과학(SF)물 ‘3%’를 제작했다. ‘마드리드 모던걸’은 넷플릭스의 첫 스페인어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투자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비영어권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좋은 스토리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믿는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의 사정과도 맞닿아 있다. 자기복제식 아이템이 양산되는 동안 새로운 시도가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킹덤’을 제작하는 에이스토리 측은 “좀비물은 기존 플랫폼이 소화하기에는 심의나 검열이 까다로운 아이템”이라며 “제작사와 작가는 시도하고 싶던 작품을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