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부터 코트의 소문난 단짝… LG 현주엽-신한은행 신기성 감독
현주엽 LG 감독(오른쪽)과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이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고려대 동기인 둘은 대학 시절부터 소문난 명콤비였다. 이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서로 ‘고수’임을 직감한 고교 시절
현주엽 감독(오른쪽)과 신기성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은 군 복무를 함께하면서 같은 날 전역했다. 왼쪽은 조상현 오리온 코치, 왼쪽에서 세 번째는 임재현 오리온 코치. 동아일보DB
“처음이었어. 패스를 보낼 수 있는 모든 방향에 현 감독이 서 있었지. 내 패스를 받아 득점할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 못해. 감각을 타고났으면서도 동료를 배려했던 주엽이와 4년을 함께 뛴 나는 행운아지. 하하.”(신 감독)
○ “프로에서도 같이 뛰었으면…”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 감독은 잠시 농구계를 떠나 있었다. 사업에도 실패했고 사기도 당했다. 다시 농구계로 돌아오기 민망한 처지. 그때 현 감독을 코트로 인도한 이가 신 감독이다. 해설위원을 하다 고려대 코치로 선임된 신 감독이 후임으로 현 감독을 추천했다. 현 감독은 “나의 길잡이라고 할까. 인생 길 안내를 잘 해주는 것 같아. 신 감독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면 되니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신 감독은 “솔직히 현 감독이 많이 부러웠다. 체력, 센스에 상황 판단 능력까지 내게 없는 장점이 많다. 선후배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카리스마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큰 아쉬움도 있다. 같은 프로 팀에서 뛰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신 감독은 “2005년에 현 감독이 자유계약선수(FA)로 KTF(현 kt)에서 LG로 갔을 때 사실 나도 TG삼보(현 동부)에서 LG로 갈 수 있었다. 여러 사정 때문에 KTF로 갔지만 같이 뛰었다면 모두에게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 서로 자리를 바꾼다면?
“에이스 김단비를 전담할 코치를 먼저 뽑겠어. 내가 그 포지션을 해봤잖아.”(현 감독)
“나는 조성민을 소통 창구 겸 전력 구성의 핵심으로 활용할 것 같아. 그 안에서 김시래가 정돈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만들 것 같은데. 어때?”(신 감독)
편한 친구로 만났지만 어느덧 둘의 표정에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현 감독은 “그만두는 날까지 선수들과 소통하려 해. 신 감독은 자기 할 말 아끼면서 입장 배려 잘 하잖아. 나는 조금 더 강하고 이기적이지. 신 감독을 배울게”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현 감독을 보면 나와 무언가를 같이 짊어지고 가는 게 숙명처럼 느껴져. 지도력과 전술을 많이 참고할게”라고 답했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단짝은 중년이 돼서도 굳게 손을 잡았다.
이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