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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사람들 톡톡]“지진 땐 원전 돔이 제일 안전하죠”

입력 | 2017-07-21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 최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일시중단 등 원전 문제가 우리 사회에 핫이슈가 됐습니다. 안전과 환경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도외시할 수는 없는 문제죠. 이번 주 ‘톡톡’은 원전과 관계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원전과 함께 사는 사람들
 
“고리 원전이 있지만 여기는 지금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참 살기 좋은 동네예요. 그런데 방사능이 위험하다, 핵이 나온다 이런 소문이 나니까 안타까워요.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저는 그래도 여기가 좋아요.” ―김순자 씨(77·울산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 주민)

“원전이 위험할 순 있겠지만 저는 사실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체감하는 위험은 없거든요.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이 더 높지 않나요?” ―김모 씨(30대·회사원)

“원전 건설 때 일꾼들 반장으로 일했는데 원전에서 일해서 그런지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 중 갑상샘암,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어요. 증상이 30∼40년 후에 나타난다니 그땐 알지도 못했고요.” ―최모 씨(70대·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

“원전 옆에 살다보니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났을 때 30대 남성 한 명은 불안감에 두 달 만에 7kg이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여진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청심환이나 심신안정제를 찾는 분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원래대로 돌아가긴 하더군요.” ―최인수 씨(53·약사)

“원전이 눈앞에 있는데 당연히 항상 불안하죠.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 다 폐사되고 부락 전체가 죽어버렸잖아요. 원전에서 조금이라도 방사능이 유출되면 여기 지역 사람들 다 죽는다고 봐야죠. 체르노빌에서는 아직도 기형아가 나온다면서요?” ―최봉관 씨(72·길천리 주민)

“요즘 사람들, 특히 환경단체에서 원전 없애라고 하는데 그건 국가의 성장을 막는 일이에요. 지금 당장 원전을 없애 버리면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되나요. 또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고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제일 피해자인데도 정부를 위해서 양보를 한 거예요.”―김모 씨(70대·나아리 주민)
 
억울한 오해들 Ⅰ
 
“둥근 모양의 돔이 원전을 상징하다보니 모르는 사람들은 이 공간을 제일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지진이 나면 이곳으로 대피해야 제일 안전하다고 말하죠. 진도 7.0을 견딜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내진설계가 가장 잘되어 있는 곳이거든요.” ―한국수력원자력 본부

“2016년 9월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아내와 아기를 두고 회사로 바로 들어갔어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면 한수원 직원들은 회사로 다 들어와 대기해야 하죠. 그 정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데…. 마치 아무 책임감도 없이 지역사회나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들처럼 여겨질 때는 좀 서운하죠.” ―박모 씨(30대·한수원 직원)

“우리나라 원전은 가압경수로인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가 분리돼 외부에서 증기가 발생되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려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비등경수로인데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방사능 외부 유출 가능성이 더 높죠.” ―고리원전 관계자
 
억울한 오해들 Ⅱ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강 문제는 전혀 없어요. 여기서 일하면서 방사능이 노출되는 수준보다 병원에서 X선 촬영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량이 더 많죠.” ―정해운 씨(48·고리원전 직원)

“수명이 지난 원전을 보고 낡아서 녹슨 거 계속 쓰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40년이 된 설비를 계속해서 쓰는 게 아니라 1년 6개월마다 정비하고, 10년에 한 번씩 안정성 평가를 하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폐쇄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도 들어가서 보면 부품들이 다 새 거예요.” ―고리원전 관계자

“무엇이든 간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지만 유사시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해올 수 있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추진할 수 있었죠. 신재생 에너지를 일정 이상 공급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충분히 예비설비를 갖추고 있어요. 스페인은 발전설비의 1300배 정도 되는 예비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그런 게 없어요.” ―고리원전 관계자
 
대안이…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38%로 늘리자는 거예요. 지금 우리는 대형마트에서 하루에 쓰는 전기량이 섬에서 한 달 동안 쓰는 전기량과 비슷한 정도예요. 유럽은 밤에 굉장히 어두운데, 전기가 비싸기 때문에 끄는 거죠. 우리도 에어컨을 튼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건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거의 안 지키죠.” ―이상희(38·녹색당 함께탈핵팀장)

“풍력은 바람이 무조건 강할수록 좋은 게 아니라 초속 4∼9m에서 꾸준히 부는 게 중요해요. 서남해안, 울산 앞바다, 부산 기장 3군데가 최적지죠. 철새를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천천히 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김현우 씨(45·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전기 사용량을 줄여 더 짓는 것은 막자는 것이죠. 260W 정도의 미니 태양광을 설치해 한 달에 25kWh의 전기를 생산해요. 월평균 300kWh를 소비하는 가구는 이걸 설치함으로써 5000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죠.” ―차은주 씨(39·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 활동가)
 
못다 한 이야기들
 
“지금 호주에서도 한국 원전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더 이상 짓지 않는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개를 짓고 있는데 UAE 원전 운영권을 수주함으로써 앞으로 60년간 매출 54조 원을 올릴 수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어떡하죠?” ―원전 수출 관계자

“원자력 발전소의 주제어실은 24시간 동안 내부에서 생활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렇다 보니 식사도 안에서 해결하고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잘 나가지 않죠. 하루 종일 모니터를 통해서 발전소 전체 상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에서 쓰러져도 대체 근무자가 오기 전까지는 못 나갈 정도죠.” ―고리원전 관계자

“탈원전이 만일에 일어날 사고 우려 때문이라면 주변국의 상황도 봐야 합니다. 일본은 사고를 당하고 나서 가스를 들여왔지만 무역 적자가 나면서 더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36기가 가동 중이고 2030년까지 100기가 넘는 원전을 짓겠다고 하고 있죠. 10년 후에는 우리의 반경 2000km 내에 200기가량의 원전이 있게 될 겁니다. 우리가 탈원전을 해도 주변국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중국의 탈원전을 말해야 하는 거죠.” ―성풍현(63·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원전 지역 주민에게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학 등록금으로 1년에 1번 100만 원씩 지원하고 있죠. 45세 이상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과 연계해 일반적인 혈액검사부터 심장검사, 암검사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석종국 씨(45·한수원 홍보실)

“원전이 세워지기 전에는 품팔이하며 살아가는 게 다였는데, 지금은 원전에 다니는 사람도 생기고 벌이 수단이 달라졌어요. 저도 아들이 한수원에 다니고 있죠. 지금은 별로 불편한 게 없어요. 원전이 생긴 덕분이죠.” ―박모 씨(76)
  
오피니언팀 종합·김문희 인턴기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