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진료’는 환자들이 지어낸 불만이 아니다. 2년 전 전국 국립대학병원의 진료시간이 3분 남짓이란 분석이 나왔다. 평균 진료시간이 가장 짧은 곳으로는 전남대병원(3.8분), 서울대병원(4.4분)이 1, 2위를 차지했다. 근무 시간과 환자 수를 나눗셈한 결과라서 실제 진료를 받은 시간은 더 짧다는 결론이다. ‘3분 진료’가 공식처럼 통용되면서 활용 팁도 등장했다. 시간 낭비를 막으려면 어떤 새로운 증세가 생겼는지, 의사에게는 무엇을 물어볼지 등을 메모해 갈 것, 사전에 병에 대해 공부할 것 등이다.
▷그날 하루 모든 일을 접고 달려온 환자에게 3분은 너무 감질 나는 시간이다. 지방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을 달려와 3분 진료를 받으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제아무리 명의(名醫)라 해도 그 짧은 시간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긴 힘들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서울대병원이 9월부터 11개 진료과목의 교수 11명이 초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15분 진료’를 한다고 밝혔다. 좀 더 세밀한 진찰을 하면 환자들이 정신적으로 만족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 진료시간이 짧은 환자들은 ‘15분 진료’ 환자들에 비해 검사비만 두 배 이상을 썼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