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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3분 진료’

입력 | 2017-07-21 03:00:00


대한민국에서 한 번이라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이들은 ‘3분 진료’를 거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렇잖아도 병 때문에 주눅 든 환자는 ‘교수님’께 묻고 싶은 질문이 태산 같지만 할당받은 3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다음 환자 호명하는 소리에 허둥지둥 진료실을 나선 뒤에야 “아, 참!”을 외치게 된다.

▷‘3분 진료’는 환자들이 지어낸 불만이 아니다. 2년 전 전국 국립대학병원의 진료시간이 3분 남짓이란 분석이 나왔다. 평균 진료시간이 가장 짧은 곳으로는 전남대병원(3.8분), 서울대병원(4.4분)이 1, 2위를 차지했다. 근무 시간과 환자 수를 나눗셈한 결과라서 실제 진료를 받은 시간은 더 짧다는 결론이다. ‘3분 진료’가 공식처럼 통용되면서 활용 팁도 등장했다. 시간 낭비를 막으려면 어떤 새로운 증세가 생겼는지, 의사에게는 무엇을 물어볼지 등을 메모해 갈 것, 사전에 병에 대해 공부할 것 등이다.

▷그날 하루 모든 일을 접고 달려온 환자에게 3분은 너무 감질 나는 시간이다. 지방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을 달려와 3분 진료를 받으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제아무리 명의(名醫)라 해도 그 짧은 시간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긴 힘들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서울대병원이 9월부터 11개 진료과목의 교수 11명이 초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15분 진료’를 한다고 밝혔다. 좀 더 세밀한 진찰을 하면 환자들이 정신적으로 만족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 진료시간이 짧은 환자들은 ‘15분 진료’ 환자들에 비해 검사비만 두 배 이상을 썼다.

▷대형병원들은 의료수가가 낮아 환자를 속전속결로 보지 않으면 유지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서울대의 ‘실험’ 결과를 다른 종합병원들도 주시하고 있다. 의사는 질병의 치유뿐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제도 탓에 ‘3분 진료’의 획기적 개선에 시간이 걸린다 해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불안해하는 환자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인간다운 대접, 아픈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