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얼굴의 사랑/정아은 지음/428쪽·1만4000원·민음사
‘도시 세태의 기록자.’ 소설 뒤표지에 쓰인 이 별칭은 누가 붙였는지 몰라도 정아은 소설가에게 꽤나 잘 어울린다. 헤드헌터의 세계(‘모던 하트’)나 잠실 재건축 아파트(‘잠실동 사람들’)를 그린 전작에서 보듯, 지극히 세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수능란하다고나 할까. 술술 잘 읽히면서도 맥을 딱딱 짚는다. 성형외과와 연예계를 다룬 ‘맨 얼굴…’ 역시 이런 강점이 오롯하다. 매끈매끈. 흥미진진.
심지어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착시현상도 벌어진다. 지금 책을 읽고 있는 건지, TV를 보고 있는 건지. 다소 자극적인 소재 탓이겠지만 꽤 수위 높은 막장드라마를 감상하는 기분마저 든다. 살짝 개연성 없는 소재와 에피소드가 뒤섞이는 스타일이 닮았다. 보다 보면 자꾸만 결말이 궁금해지는 것까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