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려군/장제 지음·강초아 옮김/564쪽·2만5000원·글항아리 ◇가희 덩리쥔/최창근 지음/440쪽·1만8000원·한길사
영화 ‘첨밀밀’ 마지막 장면. 쇼윈도에 진열된 TV를 통해 가수 덩리쥔 부고 뉴스를 보다가 두 주인공이 재회한다. 사진 출처 youtube.com
덩리쥔은 열 살 무렵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강변에 가발성연습을 할 정도로 노력파였다. 스타가 된 후에도 의상 선택부터 화장, 머리 손질까지 직접 했다. 글항아리 제공
사회 문제도 외면하지 않았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터지자 그는 홍콩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에 참여했고, ‘슬퍼할 자유’라는 싱글 앨범을 내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난한 마을에 상수도를 놓아주고 기부에 앞장서는 등 어려운 이들에게 흔쾌히 자주 손을 내밀었다.
굴곡도 많았다. 인도네시아 여권을 사용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돼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당시 대만과 일본은 단교 상태여서 일본으로 출입국하기가 불편해 인도네시아 유력가가 만들어준 여권을 사용한 것. 대만 연예인들에게는 흔한 일이었지만 국민의 질책은 매서웠다.
사랑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재벌 2세와 약혼하고 결혼 날짜까지 잡았지만 파국을 맞았다. 리쥔은 결혼 후 가요계를 은퇴하되 음반만 내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집안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예비 시할머니가 일체의 활동을 금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청룽(成龍)과도 좋은 감정을 나눴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천식 발작으로 숨을 거둘 때는 혼자였다. 열다섯 살 연하의 프랑스인 사진가 연인이 잠시 외출한 사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등려군’은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리쥔의 삶 깊숙이 들어간다. 하지만 리쥔에 대한 지나친 미사여구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담백하게 써도 그가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진주 같은 팩트를 다시 꿰기를 권하고 싶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