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노인’이 90세 전후의 ‘부모 노인’을 돌보거나 노인이 중증 장애인 자녀를 부양하면 올해 11월부터는 부양의무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국민기초생활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용도의 예산 490억 원이 포함됐다”며 “11월부터 노인과 중증장애인의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23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는 65세 노인이라도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월 513만원·4인 가구 기준)을 넘으면 자신의 부모 노인 혹은 중증장애인 자녀는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사회 고령화로 노노(老老) 부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90~100세 전후의 노인 부모가 가난해도 65세 이상의 노인인 자녀가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으면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부양의무자와 기초생활수급자 관계가 65세 이상 자녀 노인과 90세 이상 초고령 부모 노인이라면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 장애인 자녀인 경우 뿐 아니라 ‘중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인 경우도 11월부터 부양의무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복지부 양동교 기초생활보장과장은 “당초 올해 추경예산 계획에 없었지만 저소득층의 노-노 부양이나 중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해 예산을 먼저 편성했다”며 “그 외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의 큰 틀은 기존 발표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부양 의무제’란 저소득층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부모·가족 등 부양의무자에게 소득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제도다.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부양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부양의무자 기준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부터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4가지 기초생활급여 중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생계와 의료급여는 2019년부터 부양의무자가 노인, 중증 장애인 등 취약 가구인 경우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