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떠오른 양자기술
SK텔레콤이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해킹이 불가능한 난수와 작은 크기(5×5mm), 싼 가격(몇 달러 수준)으로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제공
‘양자(量子)’가 정보통신기술(ICT) 패러다임을 바꿀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ICT 강국은 물론 구글 IBM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가 앞다퉈 양자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투자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평가 전담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중간평가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암초를 만났다. 경제성과 상용화 수준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였다. 미래부와 SK텔레콤 등은 이달 말까지 사업내용을 보완해 변경 기획서를 낼 예정이다. 최종 평가는 이르면 9월에 있을 예정이다.
양자통신은 빛의 최소단위인 광자(光子)에 암호를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도청이 불가능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0 아니면 1로 상태가 딱 떨어지는 디지털 신호와 달리 0과 1이 겹치는 중첩성과 한 번 바뀌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 등 물리학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기존의 수학적 알고리즘으로는 깰 수 없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보다 양자산업 투자가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양자산업 투자 규모는 연간 172억 원으로 세계 17위 수준이다. 전문논문을 게재한 연구 인력도 100명이 채 안된다. 정부는 2012년 양자정보통신을 대한민국 10대 IT 핵심기술에 포함시켰지만 지난해까지 대규모 투자가 없었다.
양자기술은 통신 보안 강화뿐 아니라 초고속 연산으로 국방 의료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초고속 연산으로 AI, 딥러닝, 유전자분석 성능을 향상시키고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탐사, 정밀 의료기기, 레이더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2025년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양자암호통신 9조 원, 양자컴퓨터 17조 원 등 2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양자정보통신 ::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의 불확정성, 중첩성(여러 성질이 공존) 등 물리학적인 특성을 이용해 해킹이 불가능하게 한 통신기술. 주위 환경에 민감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양자의 특성 때문에 기존 기술과 전혀 다른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