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 있고,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2060년까지 탈(脫)원전 로드맵을 만들고 2030년까지 수명이 완료되는 원전 10기를 폐쇄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준다.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전력수요를 너무 줄여 잡은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력 수급계획에 이상이 없을 경우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언급한 것은 공론조사에 부쳐진 신고리 5, 6호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프랑스원자력안전규제기구(ASN)처럼 원전을 운영하는 모든 나라는 규제기관이 있다. 우리에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다. 원자력 규제기관의 생명은 독립성이다. 정부와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정부나 원전 사업자들로부터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대통령이 특정 원전에 대해 폐쇄 여부를 밝히는 것은 원안위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고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설계수명 30년을 넘겨 2012년 중단됐던 월성 1호기는 2015년 2월 17일 원안위로부터 10년의 수명연장 허가를 받고 현재 가동 중이다. 원안위는 민간검증단까지 참여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재가동을 승인했다. 재가동이 결정되자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가 수명연장 허가 무효처분확인 소송을 냈고 2월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행정법원 판결은 월성 원전 재승인 과정의 절차상 하자에 대한 것이지 안전성 평가는 아니다. 월성 1호기 가동중단 문제는 사법부로 공이 넘어갔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인 법원 판결에 대통령 발언이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