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용 봉사 부적절” 수해현장 안가… 뒤늦게 고개 숙였지만 진정성 의문
장기우·사회부
수해 속에 해외연수를 강행해 물의를 빚은 김학철 충북도의원(자유한국당·충주1)이 이른바 ‘레밍’ 발언 논란에 내놓은 해명이다. 김 의원은 해외 체류 중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국내 비판 여론을 설치류(齧齒類)인 레밍(lemming)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켰다. 22일 오후 9시 10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의원은 반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일부 발언이 교묘하게 편집된 것 같다”며 화살을 다른 곳에 돌리는 모습이었다.
23일 0시가 넘어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외유라는 언론 보도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다 ‘레밍 신드롬’을 말했지만 국민을 빗댈 의도는 없었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연수 강행 배경도 석연찮다. 김 의원은 “충북도를 통해 알아보니 어느 정도 복구가 됐고 상가의 물 빠짐 정도만 남았다는 얘기를 듣고 공항에 모인 순간까지 고민했다. 도민들을 위한 위원회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한 의원들이 못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 정확한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 피해 다음 날이자 연수 출발 전날인 17일 충북도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도의회의 공식 기자회견인 만큼 행정문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심지어 함께 연수를 떠난 최병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음성1)은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사진을 찍기 위한 봉사는 적절하지 않다”며 23일 수해복구 현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지난 5일간 충북도의원이 보여준 일탈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충북지역 수재민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