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맞선형… 2010년대 헝거게임형… 2017년 사랑과 우정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들. 이 프로그램은 맘에 드는 이성에게 직접 고백할 수 없는 대신 매일 밤 호감 가는 상대에게 익명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썸’ 타는 연애 방식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널A 제공
방송은 현실을 담는다. ‘사랑의 작대기’를 쏘아 서로 맘을 확인하는 일반인 짝짓기 예능을 통해 시대별 유행했던 연애 방식을 살펴봤다.
▽1990년대 맞선형
MBC ‘사랑의 스튜디오’
▽2010년대 헝거게임형
SBS ‘짝’
2011년 이 프로에 나온 한 남성은 “11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해 돈을 많이 벌어 강남구에 아파트도 샀다”며 본인을 홍보한다. 출연자들은 선물 공세를 하거나 호시탐탐 다른 동성 출연자를 피해 이성과 대화할 기회를 노린다. 이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또 다른 출연자는 “동물원에 사자도 있고 호랑이도 있는데 난 너구리”라며 자책한다.
▽2017년 사랑과 우정형
채널A ‘하트시그널’
“너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준다”는 말을 호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려하고, 남성 출연자가 만든 티라미수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던 여성 출연자들은 ‘나를 위해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연출자인 이진민 PD는 “2030세대 연애 방식인 ‘썸’이 가진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고백을 할 수 없다’는 독특한 규칙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년 이상의 시청자에게 썸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요즘 세대에겐 본격 연애로 접어들기 전 필수 과정이다. 이명길 연애코치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애도 성공 확률을 따질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며 “자연스럽게 예능 프로그램도 결혼 여부가 아니라 연애 감정이나 과정 자체를 강조하며 재미를 주는 형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심리학에서도 다루는데, 내 소유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에 사람들은 더 몰입하고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