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추경 통과]45일만에 추경 처리 무슨일이
“재석 버튼 눌러요” 한국당 장제원 찾아간 與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이 퇴장해 정족수 미달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 장제원 의원(앉아있는 사람)에게 표결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한국당 의원 중에는 장 의원과 김현아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국회는 이날 찬성 140명, 반대 31명, 기권 8명으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의 해외 일정 등으로 의결정족수가 미달해 부랴부랴 정족수를 채우느라 1시간가량 의결이 지연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집권 여당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여당 26명 어디서 뭐 했나
특히 26명 가운데는 친문(친문재인) 핵심 의원들도 포함됐다. 전해철, 서형수, 황희 의원 등은 당내 대표적인 친문계이고, 전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분류된다. 전 의원은 박병석, 안규백, 박용진 의원과 한-중남미 국가 의회 및 정부 고위직 상호 교류 사업 참가를 위해 출국했다. 강창일 의원은 한일의원연맹 참석차,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씨 은닉 재산 관련 조사를 이유로 해외로 출국했다. 전현희, 홍의락, 강훈식, 기동민, 김영호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했다.
불참 의원 중에는 전직 원내대표들도 있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군에 있는 아들의 첫 면회를 갔다가 정족수 부족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하는 도중 본회의 처리 소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미국에서 열리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평화구도 관련 포럼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직을 맡은 송영길 의원은 대중 강연차 광주로 향하다 정족수 미달 문제를 전해 듣고 상경하다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듣고 다시 광주로 갔다고 한다.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 장인 장모와 효도 관광을 간 이용득 의원은 “18일 모든 일정이 끝난다고 예상했지만 의총에서는 8월 2일 본회의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네들을 실망시키며 모든 걸 취소했어야 하느냐”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금태섭 의원은 미국 국무부 초청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문제로 본회의에 본의 아니게 불참했다고 설명하면서 “출장 전에 당과 국회에 보고했다. 중간에 귀국하라는 당의 요청도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회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참한 의원이나 표결 참석을 거부하는 등 눈 뜨고 볼 수 없는 작태가 국민 면전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권리 당원은 표결 불참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 정세균 의장 “여당도 야당도 패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의원 수만 180명인 만큼 22일 새벽에라도 본회의를 강행할 기세였다. 이에 자유한국당과의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르자 21일 오후 11시 정 의장 주재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회동해 22일 오전 9시 반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표결 직전 한국당 의원의 ‘기습 퇴장’으로 146명이 돼 의결정족수(150명)에서 4명이 모자랐다. 한국당 장제원, 김현아 의원이 본회의장에 남아 있었지만 50분이 지나서도 참석한 의원은 149명이었다. 결국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한국당 의원의 표결 참여를 독려해 오전 11시 54분경에야 찬성 140명, 반대 31명, 기권 8명으로 간신히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한국당의 ‘기습 퇴장’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여야 3당이 의결정족수를 만들어 본회의를 열려 하자 한국당이 의결 참여를 전제로 (22일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에게) 본회의에 참석할 최소한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22일 9시 반 본회의를 열자고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장관석 jks@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