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화학공학부 학생들이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북대 제공
전북대 화학공학부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한다. 화공은 배우는 범위가 넓기에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이 생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질의 성분부터 공장 설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화학공학임을 감안한다면 왜 기초가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기본을 중시하는 화공학부의 의지는 1년 4학기제에 있다. 1년 4학기제란 기존의 2학기에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특별학기로 포함시키는 것으로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대상이다. 4학기제 도입 배경은 수준 차가 나는 학생들을 평준화시켜 심화교육의 디딤돌을 놓기 위한 것. 4학기제는 교육부 선정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과 결합돼 태양광, 바이오 등을 융합전공으로 이수하는데도 활용한다.
백지효 씨(4학년)는 1년 4학기제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백 씨는 화공학부에 필수인 화학 기초가 부족했다. 하지만 4학기제를 이용해 기초화학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학부에서 화학을 가장 잘하는 학생이 됐다. 기초화학은 고등학교 화학Ⅱ 수준으로 대학에서 고등학교 화학을 가르치기 위해 별도의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일은 다른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트랙을 구분했다고 해서 학생과 교수들이 그 트랙만 배우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19명의 교수들이 3개 트랙을 맡고 있는데 트랙별로 교수가 따로 정해져 있지도 않다. 트랙에 관련된 과목을 자기 전공에 따라 가르치고 다른 트랙에서도 강의를 한다. 학생 역시 특정 트랙에 매몰돼 그 트랙만 공부하지 않고 전공필수 과목 이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특정 분야에 대한 몰입교육으로 유행이 지나가버리면 졸업생들이 갈 데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학부생 조영욱 씨(4학년)는 “기초를 다진 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내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됐다”며 “다른 학과는 진출 분야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화학공학부는 갈 길이 더 많이 열려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화학공학부 커리큘럼은 1학년에서는 수학, 화학, 물리. 생물 등 자연과학의 기초를 배우고 2학년부터는 세부 전공에 필요한 기초인 물리화학, 유기화학, 화공양론 등을 이수한다. 3학년과 4학년 과정은 전공심화와 종합설계 과목을 통해 지금까지 배운 것을 현장과 연결시키는 훈련을 하도록 되어 있다. 4학년 필수과목인 종합설계는 팀 단위 프로젝트로, 일종의 졸업논문 성격이다. 이 과목에서는 그간 습득한 이론을 바탕으로 실행 능력을 키운다. 윤영상 교수는 “기초와 현장 적응 커리큘럼을 강조하는 것은 현장 전체를 이해하는 엔지니어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화학공학을 전공한 대기업 CEO가 많은데 이는 기초부터 공정까지를 배워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부 교수들의 공부욕심과 연구열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임연호 교수는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나노바이오 센서와 반도체를 제작할 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3D SPEED’라는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상용화했다. 윤영상 교수는 대폭 강화된 교수 승진 조건을 5배나 초과한 연구실적으로 전북대 최초의 조기승진 1호를 기록했다.
화공학부의 선·후배간 끈끈함은 취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07학번으로 삼성전자에 근무 중인 이소영 씨는 “취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각종 정보를 주면서 이끌어 주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취업에 성공한 선배와 재학생들 간의 멘토-멘티 제도, 과 동아리 모임에 졸업생 선배가 참여하는 것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시대흐름까지 반영한 교육을 혹독하게 받은 학생들의 2012 ~ 2016년 5년간의 평균 취업률은 70%.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아모레퍼시픽, OCI, 대림산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 많이 입사했다. 시장에서는 화공학부 졸업생들에 대해 “조직 충성도가 높고 성실하다”고 평가한다. 2015년 OCI 이우현 사장은 특강에서 “교수님들이 가르쳐주는 걸 열심히 배우면 성공할 것이다. 여러분은 최고급 수준의 학문을 배우고 있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학과의 2016년 장학금 지급률은 78%에 평균액수는 118만 원이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