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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신드롬에 기업가치 우뚝

입력 | 2017-07-25 03:00:00

靑간담회 초청받은 오뚜기 화제




함영준 회장

중견 식품기업 오뚜기가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15대 그룹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초대된 유일한 중견기업이다. 오뚜기가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에서 모범적인 기업이라는 점이 청와대가 밝힌 ‘깜짝 초청’의 이유다.

청와대 초청 소식이 알려진 24일 오뚜기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7.25% 오른 7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뚜기 스스로도 특별 초청된 데 대해 놀란 상태다. 오뚜기 관계자는 “우리는 정규직 채용, 사회공헌 활동에서 ‘중상’ 정도인데 지난해 다른 기업과 비교되면서 더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온라인에서 ‘갓(God·신)’과 오뚜기의 합성어인 ‘갓뚜기’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처음에는 상속세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작고했다. 12월 고인의 오뚜기 보유 지분(46만5543주)이 1남 2녀 중 장남인 함영준 회장에게 전량 상속됐다. 당시 주가 기준 3100억 원어치였다. 함 회장은 15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를 5년 동안 분납하기로 했다.

올해 2월에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오뚜기의 상속세 납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상속세를 낸다는 소식만으로도 국민들이 신선하게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오뚜기의 낮은 비정규직 비중(1.2%)이 다시 이슈가 됐다. 사실 식품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특별히 두드러진 수치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CJ제일제당의 비정규직 비율은 1.9%였고 하이트진로도 1.8%다. 하지만 오뚜기는 협력업체에서 파견을 나온 소속 외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넣어도 비정규직 비중이 3.6% 정도다. 같은 기준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비정규직 비중은 35.0%다. CJ 측은 “소속 외 근로자는 공장에서 하역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라 비정규직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뚜기의 가격 정책도 긍정적인 입소문을 탔다. 경쟁사인 농심이 주요 제품 값을 5.5% 인상한 지난해 12월 오뚜기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2008년부터 9년째 동결이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뚜기의) 진라면, 참깨라면을 사자’는 구매 독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덕에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지난해 3분기 22.2%에서 4분기 24.2%, 올해 1분기 25.1%로 올랐다.

다만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덩달아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회사 측에 부담이다. 오뚜기의 라면 제품은 함 회장이 개인 대주주(35.6%)로 있는 계열사 오뚜기라면주식회사가 제조한다. 이 회사 매출의 99%는 모회사인 오뚜기에서 나온다.

오뚜기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안 돼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범기업으로 관심이 집중된 만큼 지적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