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언제쯤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62)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무 살인 제니퍼 아래 세 살 터울로 로리와 피비 1남 2녀를 둔 그는 아이들이 14세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다 갖고 있다고 불평해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14세가 넘어서도 식사 시간은 물론이고 저녁부터 잠잘 무렵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조절 능력을 가르치기 위한 규율이었다.
▷빌 게이츠의 교육관은 자신의 성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 변호사인 그의 아버지는 주중에 TV를 아예 켜지 않았다. 독서 습관과 스스로 생각하는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그 대신 밥상머리에선 아들과 대화를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어땠을까. 생전에 이런 질문을 받고 그가 내놓은 답변이다.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간도 통제한다.”
▷우리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의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스마트폰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있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못하게 생겼다. 어제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학생인권종합 3개년 계획(2018∼2020년) 초안에 따르면 교사들의 스마트폰 압수는 사실상 금지된다.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잖아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 터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많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는 5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141만 명 대상 조사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약 13만5000명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10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치유법을 찾는 것이 여가부의 시급한 목표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 인권을 명분으로 교사들의 판단과 재량에 따른 학생지도권을 침해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스마트한 세상을 만든 게이츠와 잡스는 자녀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서 엄격한 규율을 적용했을까. 자율도 좋지만 규율 역시 중요한 가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